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an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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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七旬 잔치 풍경
시인 유숙희
回甲 잔치 사라지고
코로나 이후로
七旬 잔치도 드문 요즘
가까운 친척들만 모인 화기애애 웃음꽃 핀 고희연(古稀宴)
아들 딸 며느리
마음 담은 편지 글
읽는 내용에
눈시울 적셔오고
팔순 구순
팔팔하게 사시고
이백 살까지
오래 사시라는 아들
손주가 불쑥 말하길
할머니 정말 그렇게
오래 사실 거예요
자꾸 반문하는 통에
울다가 웃다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하는
어른 하나 없고
손주는 웃는 어른들
보며 잘한 듯이
의기양양(意氣揚揚)
점 점 세상은
어른다운 어른 없고
아이다운 아이 없으니
세상은 요지경 속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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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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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숙희 시인은 천상 한국 어머니이다. 그의 의 시 '七旬 잔치 풍경'은 세대 간의 따뜻한 교류와 변화하는 시대상을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전통적으로 성대하게 치러지던 회갑잔치가 사라지고, 코로나 이후 칠순 잔치조차 드물어진 현실을 시인은 조용히 바라본다.
가까운 가족들이 모여 소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고희연의 풍경은 화려함보다 따뜻함이 강조된다. 이는 유숙희 시인의 삶의 가치관인 소소한 일상에서의 진정한 행복과 가족애의 소중함을 잘 보여준다.
아들과 딸, 며느리가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낭독하는 장면은 가족 간의 깊은 애정과 존경심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특히 손주의 천진난만한 질문과 그로 인해 울고 웃는 가족들의 모습은 세대 간의 자연스러운 교감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시인은 감정의 과장 없이 담담한 언어로 따뜻한 가족의 풍경을 그려내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시는 단순한 가족의 잔치 풍경에 머무르지 않는다. 마지막 연에서 "점점 세상은 어른다운 어른 없고 아이다운 아이 없으니 세상은 요지경 속이라"는 구절은 현대 사회의 변화와 가치관의 혼란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이는 시인이 현실을 직시하며 동시에 인간다운 삶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대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전통이 흐려지는 시대 속에서, 시인은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찾는 따뜻함과 인간다움을 강조한다.
유숙희 시인의 작품은 화려하거나 과장된 수사를 지양하고, 일상의 순간을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하는 미학이 돋보인다.
이는 일상의 작고 사소한 것에서 깊은 감동과 의미를 발견하려는 시인의 철학을 반영한다.
그의 시는 독자에게 특별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소중한 순간을 돌아보게 하며, 삶의 본질적 가치를 깨닫게 한다.
'七旬 잔치 풍경'은 유숙희 시인의 삶의 태도와 가치관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이다.
잔잔하지만 따뜻한 언어로 가족의 사랑과 시대의 변화를 담아낸 이 시는 독자에게 삶의 소중함과 본질적인 행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가 추구하는 삶의 미학은 화려하지 않지만, 일상의 작은 기쁨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온기를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만든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