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an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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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망
시인 이인애
빛과 어둠, 선악의 소실점 위
나아갈지 물러서야 할지
굴곡진 인생길에서 주춤대며
원동력을 잃고 사위어가는 정의
초점 잃은 시계추와 같이
흔들거리는 가치관
점점 벌어지는, 회복할 수 없는
희망과 좌절의 간극
날마다 무덤에서 일어서는
변신술에 능한 *아스틸락스
그가 뱀 같은 혀를 놀려
거짓된 피로 쓴 사랑의 맹세
허울뿐인 죽음의 골짜기로
양몰이를 하는 탈을 쓴 이리떼
수렁으로 깊이 빠져드는 어린양들
주여 어디로 가십니까?
두 눈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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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틸락스:고대 카르타고를
망국으로 이끈 간자 매국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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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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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애의 시 '어떤 사망'은 현대 사회의 도덕적 혼란과 개인의 내면적 갈등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시인은 빛과 어둠, 선과 악이라는 대조적인 이미지를 통해 세상의 혼란과 가치관의 붕괴를 보여준다. ‘굴곡진 인생길에서 주춤대며’라는 표현은 인생의 길에서 방향을 잃고 망설이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또한 ‘초점 잃은 시계추’와 같은 흔들리는 가치관은 현대 사회에서 정의와 도덕이 흔들리고 있음을 상징한다.
‘아스틸락스’라는 역사적 인물을 통해 거짓과 배신의 이미지를 강화하며, ‘뱀 같은 혀’, ‘거짓된 피로 쓴 사랑의 맹세’는 허위와 기만으로 가득 찬 세상을 비판한다. 특히 ‘탈을 쓴 이리떼’와 ‘수렁으로 빠져드는 어린양들’은 선한 사람들이 거짓된 권력과 거짓된 이념에 속아 파멸로 향하는 모습을 강하게 드러낸다. 이는 사회의 부조리와 도덕적 타락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마지막 구절인 ‘주여 어디로 가십니까?’는 깊은 절망과 함께 신에 대한 간절한 호소를 담고 있다. 이는 혼란한 세상에서 진리와 구원을 갈망하는 인간의 마음을 표현한다. 흐르는 눈물은 인간의 무력함과 동시에 치유받고자 하는 간절함을 상징한다.
이 시는 이인애의 삶의 가치철학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정의와 진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시인은 도덕적 가치와 진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작품 전반에 깔린 어두운 분위기와 상징적 표현은 이인애의 깊이 있는 미의식을 잘 보여준다.
요컨대, 이 시는 혼란한 시대 속에서 진정한 정의와 선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갈등과 고뇌를 담은 수작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