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an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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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하사鯨戰蝦死
철조망이 거리를 가르고, 버스는 벽이 되어 길을 막는다.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이 공기를 짓누른다. 누군가는 사다리를 들고 담을 넘으려 한다. 태극기를 든 손은 조심스레 떨리고, 촛불을 든 손은 꺼지지 않도록 바람을 피해 숨죽인다. 두려움은 깃발의 색깔을 가리지 않는다. 이쪽도, 저쪽도 같은 공포 속에서 몸을 움츠린다.
한편, 노점상 아주머니는 싸늘한 거리에 멈춰 선 채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한때 사람들로 북적였던 거리가 싸늘한 전장으로 변했다. 분노와 외침, 그 사이에서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손길이 허공을 맴돈다.
어떤 이들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라져 목소리를 높인다. 저마다 정의라 외치지만, 서민들의 삶은 점점 더 조여 온다. 정치는 점점 격화되고, 경제는 무너진다.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이들은 불안에 떨며 중앙에 선다. 발끝까지 내려온 불안과 위태로움, 삶의 무게는 무표정한 얼굴 위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 주변은 경호처와 공수처의 팽팽한 대치로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돈다. 서로를 향한 추적과 감시, 일촉즉발의 공방 속에서, 힘없는 국민들은 고래싸움에 휘말린 새우가 되어버렸다. 거대한 충돌 앞에서 서민들은 고개를 숙이고 숨을 죽인다. 누군가는 잡힐까 두렵고, 누군가는 잡지 못할까 두렵다. 결국 그 두려움의 무게는 서민들의 어깨 위로만 내려앉는다.
태극기와 촛불, 서로 다른 깃발을 든 이들이지만, 모두 같은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은 각자의 신념을 외치지만, 내일의 불확실함 앞에서는 모두가 작아진다. 정치적 대립은 깊어지고, 그 틈에서 서민들의 삶은 더욱 고단해진다. 싸움의 결과가 어떠하든, 피해는 고스란히 그들에게 돌아간다.
거리의 공기는 얼어붙었고, 노점의 음식은 식어간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무겁고, 입술은 굳게 다물어졌다. 서민들은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고래싸움이 계속되는 동안, 새우들은 부서지기 쉬운 껍질을 지닌 채로 짓눌린다. 그들의 한숨은 바람을 타고 흩어지지만,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누군가는 싸움이 끝나길 바란다. 누군가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거리를 오간다. 그 누구도, 그 어떤 외침도 서민들의 고통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왼쪽도, 오른쪽도, 그들에게는 손 내밀지 않는다. 오로지 서민들만이 허덕이며 버티고 있을 뿐이다.
결국, 이 고요한 전쟁의 끝에서 살아남아야 할 사람들은 이 땅의 서민들이다. 고래싸움이 끝나도, 새우들은 여전히 허덕이며 숨죽이고 있을 것이다. 세상의 거대한 충돌은 계속되겠지만, 그 속에서도 서민들은 오늘도 무거운 삶을 짊어진 채 살아가야 한다.
누가 이들의 한숨을 들을 것인가. 누가 이들의 떨림을 멈출 것인가. 허공을 가르는 깃발의 물결과 철조망 너머의 외침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그 아래, 소리 없는 절규가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세상, 그럼에도 살아남아야 할 운명은 서민들의 몫이다.
끝내 이 싸움이 멈추지 않더라도, 서민들은 오늘도 묵묵히 삶을 버텨야 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것이 나라냐고. 서민들은 말하지 않는다. 그저 숨죽이며, 고개 숙인 채, 내일을 향해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