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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걷는 마음

김왕식







새벽을 걷는 마음








찬란한 새벽빛이 어둠을 걷어내고, 세상은 고요히 새로운 하루를 맞는다. 달력 한 장이 넘어가고, 사람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마음 깊은 곳의 묵직한 무게를 내려놓지 못한다면, 새해의 시작도 어제의 연장선에 머물 뿐이다. 달라지지 않은 자신을 안고 맞이하는 새해는 그저 시간이 흐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새해는 달력이 아닌, 마음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오래도록 움켜쥐고 있던 낡은 생각과 묵은 감정을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쌓였던 아픔과 괴로움은 이제 흘려보낸다.
그 상처들이 더는 짓누르지 않도록, 지난날을 조용히 놓아준다. 어쩌면 내일도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겠지만, 그것은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일 뿐이다. 그 리듬에 몸을 맡기고, 삶의 선율에 귀를 기울인다.

맑은 겨울 아침, 차가운 공기 속에서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가슴 깊숙이 퍼져가는 신선한 공기가 온몸을 깨운다. 마치 흰 눈처럼 깨끗해진 마음 위로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는다. 생각들은 밝게 빛나고, 그 빛은 새로운 곳으로 이끈다. 가슴속에는 따뜻한 사랑이 뜨겁게 흐르고, 새로운 피가 온몸을 돌며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렇게 안에 깃든 사랑은 움직임의 원동력이 되고,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든다.

이제 꿈과 함께 숨 쉬며 살아간다. 비록 작은 꿈일지라도 진심과 맞닿아 있을 때, 흔들리지 않는다. 꿈을 향한 부지런한 걸음은 외로움을 밀어내고, 묵묵히 이어가는 노력은 자신을 단단하게 다진다. 하늘을 바라보며 소박한 믿음을 가슴에 새긴다.
그 믿음은 삶의 중심을 지켜주고, 흔들릴 때마다 붙잡아준다. 하루는 조용한 기도로 시작하고, 고요한 기도로 마무리된다. 기도는 길을 밝혀주는 은은한 등불이 된다.

새해가 밝았다.
주저함 없이 이 시간을 맞이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롭게 피어날 자신을 믿는다. 더 이상 어제에 머물지 않는다. 성실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이 한 해를 살아낼 것이다. 그렇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찬란한 꽃이 피어나기를 바란다.

새해는 단순히 시간이 바뀌어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새해는 스스로 새로워질 때 비로소 시작된다. 그 새해를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다짐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내일도, 또 그다음 날도 변함없는 진심으로 살아갈 것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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