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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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스미는 숨결
장상철 화백
몸짓 나른한 오후
손끝의 감각은
침묵을 가득 채운
평면 위에서
서성인다.
눈부신 성애로 단장한
투명한 창문으로는
따사로움이 스며들고,
긴 호흡을 향한
잠시의 머뭇거림은
가뿐한 발걸음을 위한 흔적에 불과할 뿐,
마음은
숲향기 맡으러
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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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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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철 화백의 시는 투병이라는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삶의 깊은 성찰과 예술적 미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이 시는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치열한 존재 의식과 자연에 대한 섬세한 감각이 잘 드러난다.
시의 첫 연에서 "몸짓 나른한 오후"와 "손끝의 감각"은 병마로 인해 지친 육체적 상태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감각을 표현한다.
이는 고통 속에서도 예술가로서의 감각을 잃지 않는 화백의 태도를 보여준다. "침묵을 가득 채운 평면 위에서 서성인다"는 표현은 캔버스를 마주한 화백의 모습이자, 병상에서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는 고요한 고독을 상징한다.
두 번째 연에서는 "눈부신 성애로 단장한 투명한 창문"과 "따사로움이 스며들고"라는 구절을 통해 병상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섬세하게 받아들이는 화백의 감수성이 드러난다. 이는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그의 미의식이 반영된 부분이다.
"긴 호흡을 향한 잠시의 머뭇거림"은 병마 앞에서의 두려움이나 망설임을 암시하면서도, 이는 "가뿐한 발걸음을 위한 흔적에 불과할 뿐"이라는 구절을 통해 결국은 삶을 향한 의지와 앞으로 나아가려는 태도로 승화된다.
마지막으로 "마음은 숲향기 맡으러 문을 나선다"는 구절은 신체의 고통과 한계를 초월하여 자연과 하나 되고자 하는 화백의 자유로운 정신을 상징한다.
이는 화백이 병마 속에서도 자연의 순수함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향유하고자 하는 태도이자, 그의 작품 세계에서 자연이 가지는 중심적 위치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장상철 화백의 이 시는 투병이라는 현실적 고통 속에서도 자연과 예술을 통해 삶을 긍정하고자 하는 깊은 철학과 미의식을 담고 있다.
그는 신체적 한계에 갇히지 않고, 내면의 자유로움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통해 고통을 극복하고자 한다. 이러한 자세는 그의 작품에서도 드러나듯, 자연의 생명력과 고요한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 존재의 가치를 탐구하는 태도와도 연결된다.
장 화백의 시와 작품은 고통을 예술적 승화로 이끌어내는 힘이 있으며, 이는 치열한 삶의 태도와 자연을 통한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