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삼이의 중요한 순간, 트럭은 그렇게 앞으로 갔다.
달삼이 가엾은 일상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7. 2023
달삼이는
치약 사건이
마지막이길 바랐다.
청람 친구의
유엔 안보리 청원에
힘입어
그날
저녁
용기 내서 선술집에 들러
거나하게
소주
한 잔 했다.
2차로
맥주 서너 병은
입가심이다.
몹시 오줌이 마렵다
귀찮았다.
저 멀리
화장실
오늘따라 원망스럽다.
모퉁이 돌아
가는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았다.
순간
반가운 것이 눈에 들어왔다.
길가에 세워 둔
트럭 뒷바퀴에
예의 갖춰 의식을 치른다.
"먹고 마시는 기쁨보다
배설의 기쁨이 배가된다"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던가.
한참이나
행복했다.
헌데,
몸이
움직인다.
두 다리에 힘주고
허리를 곧추 세운다.
중요한 일을 하는 순간,
멈추지 않은 상태 속에서의 움직임,
상상해 보라
끔찍하다.
달삼이가 일을 치르면서
움직일 리가 없다.
트럭의 움직임이다.
앞으로 간다.
중요한 업무 중에
트럭이 앞으로 간다?
낭패다.
트럭을 놓칠세라
달삼이
주춤주춤
발걸음을 옮긴다.
기어코
발등을 적신다.
남자의 수치다.
ㅡ
인간이라는
존재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특히
남자의 정신세계는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누가 알겠는가?
소주 한 병,
맥주 몇 병으로 시작된 밤의 이야기는
흥이 오르면서
점점
더
흥미로운 방향으로 진행되곤 한다.
달삼이의
그날
밤은
특별했다.
치약 사건을 끝으로
청람 친구의 유엔 안보리 청원에 힘을 실은
그는
용기를 내어 한 잔 했다.
음주의 양은
그의 기분을 상승시키는데
충분했다.
그의 기쁨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줌이 마렵다.
참을 수 없다.
길가에 세워 둔 성삼이네 트럭 뒷바퀴에 예의를 갖춰 의식을 치르려는 순간,
그의 기쁨은 절정에 달했다.
허나
세상의 모든 기쁨은 늘 순탄하지만은 않다.
행복한 순간마저도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트럭이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달삼이의 기쁨은 공포로 바뀌었다.
주춤주춤 발걸음을 옮기며
발등을 적신
달삼이의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아마도
인간의 존재와 삶의 불확실성,
그 가운데에서도
지속되는 유머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밤,
달삼이는
단순한 일상의 한 장면에서
삶의 진리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남자의 수치라 부르기엔
너무나도 인간다운,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 순간이었다.
ㅡ
집에서는
우악스러운 마누라의
쉼 없는 지청구
밖에서는
남성으로서의
자존심 추락,
내 친구
달삼이는
오늘
안팎으로
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