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an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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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스며든 문장들
글은 작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글은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어 세상과 나누는 도구이며, 이를 위해 특별한 자격이나 허락이 필요하지 않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은 이야기를 종이에 옮기고, 그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다. 그래서 글은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작품이란 거창하거나 화려한 언어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삶의 한 장면, 작은 감정, 스쳐 지나간 풍경을 진솔하게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소박한 표현 속에 담긴 진심은 때때로 화려한 수사보다 더 깊이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단순한 문장이라도 그 안에 담긴 진정성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하나의 완전한 작품이 된다. 복잡한 미사여구 없이,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 속에 담긴 삶의 이야기는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준다.
그렇다면 좋은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대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마음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풍경, 사람들의 표정, 계절의 변화 속에도 글감은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세심하게 바라보는 시선과, 느낀 바를 솔직하게 풀어낼 수 있는 용기다. 한 잎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도 그 안에 담긴 계절의 흐름과 삶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찰과 기록이 중요하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작은 꽃, 한 모금의 따뜻한 차, 오래된 나무의 주름진 껍질 등 일상의 모든 것에서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것을 글로 옮기는 연습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서툴고 어색할지라도, 반복되는 기록 속에서 점차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글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일이다. 다른 이의 화려한 표현에 위축되지 말고, 나만의 시선과 언어를 믿어야 한다. 글은 나의 이야기이고, 나의 삶이기에 그 자체로 가치 있다. 어떤 특별한 기교나 기술이 없어도 괜찮다. 오히려 서툴고 투박한 글일수록 더 큰 진심이 느껴질 수 있다.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손이 자연스레 펜을 잡도록 하자.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감정을 담백하게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한 줄, 두 줄 적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내 삶의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될 것이다.
글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우리의 일상과 감정, 그리고 생각들이 글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 그것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이 된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섬세하게 바라보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내자. 그 작은 시작이 결국 누군가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글을 쓰는 우리가 이미 작가임을 잊지 말자.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