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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 감사로 피어나는 삶

김왕식










고요한 새벽, 감사로 피어나는 삶




이종식




이른 새벽, 전화기의 잔잔한 진동 소리에 잠을 깨면 청람문학회원들의 진솔한 글들이 나를 맞이한다. 그 글들을 읽으며 아침을 여는 것이 이제는 나의 일상이 되었다. 하루의 시작을 타인의 사색으로 열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 글들이 마음 깊은 곳을 두드리며 삶을 돌아보게 한다. 지금의 나는 이 작은 시골 마을, 양산 원동에서 터를 잡고 소박하고도 겸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의 노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젊은 날의 나는 계획한 일마다 어긋나고, 실패가 거듭되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에게 그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것이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굴곡진 삶은 끝없이 이어졌고,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버텨낼 수 없는 시간이 몇 년 동안 지속되었다. 호르몬 분비제와 수면제에 의존하던 그 시절은 나에게 깊은 상처와 좌절감을 남겼다. 그때의 나는 하루하루가 버거웠고, 삶의 무게에 눌려 휘청였다.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낯선 양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용한 이곳에서 나는 내 안의 울분과 고통을 글로 풀어내려 했다. 그러나 몇 장을 써 내려가도 마음속 깊은 응어리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그 글들을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내 고통을 온전히 털어낼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님께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그날 이후 나는 하나님 앞에 나아갔다. 그리고 조용히, 묵묵히 기도의 삶을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며 내 두 자녀는 올곧게 성장했고, 한평생 나의 부족함을 감내하며 함께 걸어온 아내 또한 믿음 안에서 평온을 찾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이제 고운 미소가 깃들어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하나님의 크신 은혜에 감사드린다.
지금의 나는 화려하지 않지만, 작은 기쁨과 평안을 누리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간다.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되었고, 겸허함 속에서 삶의 깊이를 배운다.

나에게 글은 단순한 표현의 도구가 아니다. 글은 나의 고통을 치유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다. 젊은 날의 실패와 고통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 경험들이 글 속에 고스란히 묻어 있으며, 그 아픔은 이제 따뜻한 온기로 독자에게 닿기를 바란다.
나는 화려한 언어로 꾸미기보다는, 소박하고 진솔한 글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싶다. 삶의 아픔과 기쁨을 담담하게 풀어내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소망한다.

양산의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나는 자연과 이웃과 함께 살아간다. 계절의 변화에 귀 기울이며, 들꽃 하나에도 감탄할 줄 아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간다. 이제는 조급하지 않다. 자연의 흐름처럼 나도 천천히 흘러간다. 아픈 과거도, 고통스러웠던 시간도 모두 지금의 나를 이루는 귀한 조각들이다. 그 모든 시간이 모여 지금의 나를 완성시켰고, 그 시간들이 있기에 나는 더욱 겸손하게 살아간다.

나는 오늘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간다. 글을 통해 내 마음을 나누고, 진심을 담아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자 한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며, 나의 글이 지닌 가치다.

소박한 삶 속에서 발견하는 크고 작은 기쁨, 그 모든 것이 나의 글과 삶을 빚어낸다. 나는 오늘도 겸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것이 내가 걸어가는 길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나의 노정이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종식 작가의 산문 '고요한 새벽, 감사로 피어나는 삶'은 작가의 철학과 미학적 감수성이 진솔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작가는 젊은 날의 실패와 좌절을 신앙과 글쓰기를 통해 극복하며, 소박하고도 겸허한 삶의 가치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자전적 기록을 넘어, 고통 속에서도 평안을 찾고자 한 작가의 내적 노정과 그로부터 도달한 깨달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가치철학으로 신앙과 감사의 태도를 제시한다. 젊은 날의 실패와 좌절 속에서 작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은혜에 의지하며 새 삶을 시작했다.
이러한 신앙적 전환은 작가에게 단순한 회복의 과정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내 고통을 온전히 털어낼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님께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뿐"이라는 고백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은혜의 경험을 드러내며, 독자에게 신앙적 울림을 준다.

또한, 작가는 일상의 작은 기쁨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패와 상처로 얼룩진 과거조차 지금의 자신을 이루는 소중한 조각들이라 여기는 태도는 그의 가치철학의 핵심을 이루며, 독자들에게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한다.

작가의 작품은 화려한 언어와 꾸밈을 배제하고, 담백하면서도 진솔한 문체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작가의 삶과 철학이 투영된 결과물로, 소박함 속에 깊이를 담아내는 미의식을 잘 드러낸다.
예컨대, “들꽃 하나에도 감탄할 줄 아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간다”라는 표현은 자연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작가의 태도를 반영하며, 독자에게 소박한 감동을 준다.

작품 전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완성된 작가의 삶을 그리며, 그 안에 담긴 고통과 기쁨의 조화를 통해 깊은 미적 울림을 전달한다.
특히, 조급함을 내려놓고 자연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자세는 현대인의 삶에 중요한 교훈을 제공하며, 진정한 평온과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삶의 고통을 신앙과 글쓰기로 승화시킨 작가의 철학과 미적 태도가 고스란히 담긴 산문이다. 소박한 언어와 진솔한 표현으로,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깊은 성찰을 선사한다.
작가는 젊은 날의 실패와 좌절이 오히려 자신을 완성시키는 재료가 되었음을 고백하며, 모든 경험이 의미 있고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가 보여준 삶의 태도와 글쓰기에 대한 진정성은 독자들에게 삶의 고통을 대하는 새로운 관점을 열어준다. 그의 글은 단순한 표현의 도구를 넘어, 고통을 치유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삶의 깊이를 돌아보게 하는 통로로 작용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작품은 신앙적 내러티브와 미적 감수성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문학적 성취라 할 수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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