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
미완 속의 완전, 흐름 속의 진실
장상철 화백
꿈을 꾸다.
꿈에서 깨어나서
그 꿈을
기록해 나가다
이렇게 글을
쓴다.
꿈과의
경계 없는 날들을
보낸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자신감이 떨어진다.
미완성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림이 그러하고,
삶도 그러하고
모든 것들이
본래 그러하고,
이미 그러하여
본래 그러하거늘
슈베르트,
베에토벤,
차이코프스키,
다빈치가 그러했으며,
나 또한
그러하다.
모든 것은
본래 그러하여
완전하게
기대어 흘러간다.
■
장상철 화백의 글은 예술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치열한 투병 속에서도 이 글을 통해 그는 자신의 존재와 예술 세계를 진솔하게 성찰하며, 그 과정에서 미완성과 완전성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펼친다.
먼저, '꿈'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진 날들에 대한 서술은 예술가로서의 내적 세계와 일상적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독특한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그는 꿈을 꾸고, 꿈에서 깨어 기록하며, 그것을 글로 옮긴다.
이는 그의 예술 창작 과정이 단순한 기술적 행위를 넘어, 내면의 세계와의 소통에서 비롯됨을 시사한다.
또한, '미완성'이라는 깨달음은 그의 삶과 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철학적 기반을 드러낸다. "미완성"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그것이 본래의 상태임을 인정하며, 이를 통해 완전성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초월하고자 한다.
이는 "모든 것은 본래 그러하고, 이미 그러하여 본래 그러하거늘"이라는 표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구절은 동양 철학의 자연스러움, 즉 '무위(無爲)'나 '자연(自然)'에 가까운 세계관을 반영하며, 존재하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나타낸다.
특히 슈베르트,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다빈치 등의 이름을 언급하며 자신을 그 흐름 속에 위치시킨 부분은, 그의 예술적 자존감과 함께 예술가로서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예술적 위대한 인물들조차 "미완성" 속에서 살아갔으며, 그 안에 완전성을 내재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 역시 그 연속선상에 있음을 인정한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과 작품을 향한 과도한 기대를 내려놓고, 시간에 기대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삶과 예술의 조화를 이루고자 한다.
요컨대, 장 화백의 글은 그의 삶과 작품이 추구하는 미의식과 가치 철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완성되지 않음 속에서도 온전함을 발견하고, 모든 것이 본래의 모습 그대로 완전하다는 깨달음을 통해 예술과 삶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한다.
그의 글과 철학은 치열한 삶의 과정에서도 깊은 평온과 경외를 담아내며, 독자에게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예술적 진리와 삶의 조화를 발견하도록 초대한다. 이는 그가 남긴 글뿐 아니라 그의 작품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