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꿈의 차 ㅡ소박한 행복을 찾아서

김왕식








꿈의 차
ㅡ소박한 행복을 찾아서






십수 년간 농촌에서 고된 농사일로 생계를 이어가던 달근이는 몸과 마음에 깊은 피로를 느껴 결국 도시로 이주했다. 늦은 나이에 적응한 도시 생활은 쉽지 않았다. 허드렛일에서 시작해 힘든 노동의 연속이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공장에서 함께 일하던 서너 살 연상의 여인을 만나 가정을 꾸리게 된 것도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둘은 서로 의지하며 아들 하나, 딸 둘을 낳아 자식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갔다. 아내와 함께 번 돈으로 작은 빌라 전셋집을 구했고, 몇 년간의 절약 끝에 중고 소형차 한 대를 장만했다. 그들에게 이 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었다. 삶의 작은 꿈이었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이었다. 달근이는 차를 ‘애마’라 부르며 지극한 애정을 쏟았다. 차를 마치 자식처럼 어루만지며, 방 안에 두고 쓰다듬고 싶은 마음마저 품었다.

주말이 되면 가족은 소형차에 몸을 싣고 전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했다. 큰 산도, 넓은 바다도 그들의 드림카를 통해 닿을 수 있었다. 이 소형차는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닌 가족의 추억을 담아내는 보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발생했다. 집 앞에 주차된 소형차가 옆집 소나타 차량에 의해 문짝이 긁히는 사고가 난 것이다. 이를 본 달근이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마치 자신의 팔이나 다리가 다친 듯한 고통이었다. 가족 모두 달려 나와 소나타 차주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주변의 이웃들은 그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다. “저 작은 차가 조금 긁힌 것을 가지고 왜 저렇게 소란인가?”
달근 가족에게 이 차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소박한 꿈이 고스란히 담긴 소중한 것이었다. 부잣집의 값비싼 벤츠보다도 귀하고 특별한 존재였다.

이 작은 소형차에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평범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달근 가족은 차를 통해 새로운 장소를 여행하며,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힘겨운 일상을 잠시나마 잊으며 행복을 찾았다. 그들에게 진정한 행복은 크고 화려한 물질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소박한 일상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차곡차곡 쌓인 추억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았다.

달근 가족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을 준다. 행복이란 외적으로 화려하고 값비싼 물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작은 차 한 대, 따뜻한 가족과의 여행,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나누는 미소와 대화가 삶의 진정한 풍요로움을 가져다준다.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기쁨을 찾을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달근이가 소형차를 애마라 부르며 애정을 쏟는 모습은 소중한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의 본질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삶 속에서 ‘꿈의 차’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진심으로 아끼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소박함 속에 숨겨진 풍요로움을 깨닫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시작이다. 달근 가족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작은 차 한 대로도 세상을 누비고,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으며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ㅡ 청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언덕 위의 하얀 집, 신앙과 사랑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