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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아래 새벽의 노래 ㅡ 장상철 화백

김왕식







별빛 아래 새벽의 노래




장상철 화백






내 별은
작은 새를
좋아한다.

여명黎明의 시간이 오면
희미한 빛만으로도
작은 새의
투명한 눈을
비춰줄 수 있다.

계절 냉기로
차갑던 숲 속의
나무들은
작은 새의
따뜻한 온기가
서로를 의지하여
호흡하는 한
혹독한 냉기의 시간을 견뎌낼 수 있다.
그들의 들숨에는
시간의 중력을
넘어설 수 있는
희망 가득한
기다림이 있기 때문이다.
다가갈 수 없는
성에의 창이
허공의 여백에
놓여있음을
짐작하고 있음으로,
별빛으로 눈부신
창을 통해
숲 속 작은 새를
바라보는
큰 새의 눈에는
변함없이
따스한 습기로 가득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장상철 화백의 시 ‘별빛 아래 새벽의 노래'는 투병이라는 치열한 현실 속에서 삶과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탐구하는 화자의 깊은 내면을 투영한 작품이다. 시는 투명하고 순수한 작은 새를 매개로, 삶의 불확실성과 고통 속에서도 따스한 온기와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작가의 미의식을 드러낸다.

작품은 새벽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통해 치유되지 않는 고통과 잠 못 이루는 현실을 은유적으로 형상화한다.

"여명黎明의 시간이 오면 / 희미한 빛만으로도 / 작은 새의 투명한 눈을 / 비춰줄 수 있다"는 구절은, 희미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빛처럼 작은 희망을 붙잡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는 절망의 그림자 속에서도 끝내 빛을 발견하려는 예술적 신념을 함축한다.

시의 핵심 이미지는 작은 새와 큰 새, 그리고 그 사이의 관계이다. 작은 새는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존재로, 화자의 내면의 순수한 열망과 투병 중에도 잃지 않으려는 인간적 온기를 상징한다.
반면 큰 새는 작은 새를 바라보며 애틋하게 지켜보는 존재로, 화자가 투병을 통해 마주한 삶의 진실에 대한 연민 어린 시선을 투영한다. 이 관계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생존해 나가는 삶의 유기적 연결성을 시사示唆한다.

시의 전반부는 작은 새를 통해 희망의 존재를 발견하려는 의지로 가득 차 있다.
후반부에서는 "다가갈 수 없는 성에의 창"이라는 표현을 통해, 현실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고통의 장벽을 직시한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따스한 습기로 가득한 큰 새의 눈"은 화자가 삶과 예술을 통해 품어온 궁극적인 사랑과 연민을 상징하며, 투병이라는 치열한 싸움 속에서도 잃지 않은 작가의 따스한 인간애를 보여준다.

이 시의 미의식은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희망과 온기에 있다. 이는 단순한 현실의 회피가 아니라,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초월하려는 깊은 철학적 통찰을 담고 있다. 또한, "시간의 중력을 넘어설 수 있는 희망 가득한 기다림"이라는 표현은 예술적 사유를 통해 현실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작가의 정신적 자유를 상징한다.

요컨대, 장상철 화백의 '별빛 아래 새벽의 노래'는 고통 속에서 피어난 희망과 연민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장상철 화백은 투병이라는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내면에 깃든 예술적 열정과 삶에 대한 애정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이 시는 그가 삶과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며, 그 속에서 고통조차도 수용하고 승화시키는 위대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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