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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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백목련 꽃망울을
시인 백영호
하이얀 꽃망울이
봉긋 솟아올랐다
햇살 좋은 오전 10시 10분
햇살비는 백목련 아씨
브래지어 끈 풀어 내린다
하얗게 속살 내민
백목련 꽃잎살
핑그르르
아침이슬이 순장된 자리에
꽃잎은 수줍어 살포시
젖가슴 열듯 말 듯
목련 처녀야,
햇살비가 찐 유혹해도
더 이상은 열지 말아라
이 봄날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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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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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 시인의 시 봄이 '백목련 꽃망울을'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관능적이고도 섬세한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백목련이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생명의 활기를 묘사하며, 동시에 그 속에 깃든 순수한 아름다움과 수줍음, 그리고 자연이 가진 신비로움을 드러낸다.
백영호 시인의 작품은 자연을 단순한 대상이 아닌, 인간의 감정과 밀접하게 연결된 존재로 바라본다. 봄이 백목련 꽃망울을에서도 백목련은 단순한 꽃이 아니라 '백목련 아씨'나 '목련 처녀'라는 인격화된 존재로 등장하며, 인간적인 수줍음과 관능미를 동시에 지닌다. 이는 자연에 대한 시인의 애정과 경외심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연의 변화와 아름다움을 삶의 본질적 의미로 삼으려는 철학적 태도를 담고 있다. 시인은 자연 속에서 삶의 순수함과 고귀함을 발견하며,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이 서로 교감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미의식은 관능적인 표현과 은유를 통해 자연의 생동감을 생생히 전달하는 데 있다. ‘하이얀 꽃망울이 봉긋 솟아올랐다’는 표현은 백목련의 형상을 시각적으로 그려내며, 동시에 그 안에 숨겨진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또한 ‘브래지어 끈 풀어 내린다’는 표현은 자연의 개화를 인간적 행위에 비유하며 자연과 인간의 연결고리를 세운다. 이런 대담한 은유는 시적 언어의 감각적 표현력을 극대화하며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햇살비가 찐 유혹해도 / 더 이상은 열지 말아라'라는 구절에서는 생명의 신비로움을 드러내며, 지나친 노출이나 개방이 아름다움의 본질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미적 긴장을 암시한다. 이는 자연의 고유성과 순수함을 보호하려는 시인의 의지가 엿보인다.
백영호 시인의 '봄이 백목련 꽃망울을'은 자연을 주제로 삼아 인간적인 감정과 연결시키는 독특한 시적 미학을 보여준다. 시인은 자연의 섬세한 순간들을 포착하고, 이를 생동감 있는 은유로 표현함으로써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심미적으로 드러낸다. 그의 삶의 가치철학은 자연에 대한 존중과 인간과 자연의 조화에 기반하며, 이는 그의 시 속에서 자연을 인간적 차원으로 끌어올려 표현하는 방식으로 구체화된다.
이 작품은 단순히 봄날의 목련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며 독자로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깊이를 지니고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