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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의 숲, 기억의 문턱에서

김왕식











진공의 숲, 기억의 문턱에서




장상철 화백







눈 내리는 산길.

산사의 설해목雪害木.

산골에 흐르는

목탁 소리.

이 모든 상황을

깰 수 없기에

그 안에서

숨 죽이는 침묵.

가슴 뛰고

벅차서

눈물이 흐른다.


눈부시게 시린

투명한 하늘색.

그 시절에는

이런 상황을

감당할 수 없었으므로

길 없는 눈길을 헤치며

봉우리를 향해

오르곤 했다.


이보다

완전한 적막함과

침묵이

공존하는 숲은

없을 듯하다.

탄식한다.

이곳이 진공의 숲,

산이었음에..

시간이

기억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공간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다.


산새 한 마리가

벗을 찾아

산골 따라

비상飛翔한다.


눈으로 그려 내기에는

부족함에 고개 떨구고,

가슴으로 그려내니

시공을 넘어서

여기에

닿아 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장화백의 글은 그의 삶과 철학, 그리고 예술적 감수성을 한데 담아낸 한 폭의 시적 그림처럼 읽힌다. 눈 내리는 산길에서 산사의 설해목, 목탁 소리와 같은 정적의 이미지들은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그의 내면에 자리한 깊은 고요와 삶의 명상을 드러낸다. 작가는 자연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자연 속에 자신을 동화시켜 진공의 경지를 탐구하고 있다.

이 글에서 특히 돋보이는 점은 침묵과 적막함 속에서 발견한 미적 깨달음이다. "완전한 적막함과 침묵이 공존하는 숲"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정적의 묘사를 넘어, 그가 자연의 미학 속에서 발견한 이상적 경지를 나타낸다. 이러한 경지는 단순히 눈앞의 풍경에 머물지 않고, 독자들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경험으로 인도한다. 이는 그의 글이 단순한 자연의 묘사에서 철학적 사유로 발전하는 중요한 지점을 보여준다.

또한 작가는 과거의 자신이 감당할 수 없었던 상황을 회상하며, 눈길 없는 봉우리를 향해 걸었던 자신을 성찰한다. 이는 단순히 육체적 투쟁만이 아니라, 정신적 성장의 노정을 상징한다. 그의 글에서 드러나는 투명한 하늘색과 시린 감각은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그의 고결한 사고체계를 반영한다.

산새의 이미지는 이 글에 생동감을 더하면서도 그의 철학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벗을 찾아 산골을 비상飛翔하는 산새는 단순히 한 마리 새의 움직임이 아니라, 고독 속에서도 연결을 갈망하며 나아가는 작가 자신의 내면을 상징한다. "눈으로 그려내기에는 부족함에 고개 떨구고, 가슴으로 그려내니 시공을 넘어서 여기에 닿아 있다"는 문장은 이 산새의 비상과도 같은 그의 예술적 철학을 담아낸다. 산새가 공간을 가로지르듯, 그의 사유와 글은 독자들에게 시공을 초월하는 감동과 울림을 선사한다.

작가의 글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자연과 삶을 담백하고 고결하게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단순히 글을 읽는 경험을 넘어, 독자들로 삶과 예술, 그리고 존재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투병 중에도 이러한 사고와 표현을 이어가는 장 화백의 태도는 인간의 존엄성과 예술의 힘을 증명한다.

장상철 화백의 글은 삶의 가치와 미적 이상을 재조명하게 하며, 마지막 산새처럼 독자들로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고자 하는 갈망을 일깨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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