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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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마음을 찾아가는 노정,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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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세상을 향한 외침으로, 어떤 이는 내면의 속삭임으로, 또 어떤 이는 그냥 하루의 기록으로 글을 쓴다.
어떤 작가는 글쓰기를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가기 위한 노정’이라 말했다.
이 말은 단순한 진술을 넘어, 글쓰기의 본질과 인간 내면의 깊이를 통찰하게 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때로 많은 것을 잃는다. 잃어버린 물건, 잃어버린 시간, 잃어버린 사람, 그리고 잃어버린 마음. 그중 가장 찾기 어려운 것이 마음이다. 사라진 마음은 우리 스스로도 그 모양과 색깔을 잊어버리기 쉽다. 그 마음은 어떤 계기로 인해 흩어졌을까? 상처였을까, 무뎌진 감각이었을까, 아니면 어느 날 문득 스스로도 알지 못한 채 멀어진 것일까. 글쓰기는 바로 그 사라진 마음을 되찾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글쓰기는 흔적을 남기는 행위다.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가며, 나의 마음을 추적하고 복원하는 과정이다. 어쩌면 글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잃어버린 감정의 조각, 잃어버린 기억의 파편을 마주하게 된다. 사라졌던 마음이 글로 인해 형체를 드러내고, 그 마음과의 대화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치유의 과정이다. 흩어진 마음을 글로 엮어 다시 나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이 과정을 시작하기란 쉽지 않다. 잃어버린 마음은 때로 너무 멀리 가 있거나, 우리가 그것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모를 때가 있다. 그러니 글을 쓰는 것 역시 자신과의 깊은 대면이 필요하다. 내 안에 무엇이 부족한지, 어디에서부터 나는 무언가를 놓쳤는지 솔직히 마주하는 시간이다.
그 마주함 속에서 글이 하나의 나침반이 된다. 글 속에 담긴 단어들은 우리에게 길을 가리키고, 우리는 조금씩 그 길을 걸으며 사라진 마음을 향해 다가간다.
내가 왜 글을 쓰는지 자문해 본다.
나는 무엇을 찾고 있는가? 그것은 아마도 나만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일 것이다. 글을 쓰며 느끼는 기쁨과 아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진실의 순간들은 다른 사람에게는 대체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글쓰기가 가지는 신비로운 매력일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비로소 나는 나 자신을 알아가고, 내 안의 잃어버린 조각들을 발견한다. 글쓰기는 그렇게 사라진 나의 마음을 한 걸음씩 찾아가는 길이다.
이 노정을 통해 발견한 것은 단순히 잃어버린 마음만이 아니다. 글을 쓰며 우리는 우리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 간다. 이전보다 더 넓어진 마음, 더 깊어진 감정, 더 따뜻해진 시선이 우리에게 찾아온다. 잃어버린 것을 찾아가는 과정은 곧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니 글쓰기는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행위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함께 그려가는 예술이다.
사람마다 글 쓰는 이유가 다르듯이, 글을 통해 얻는 것도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누군가는 타인과의 연결을 느끼고, 또 누군가는 세상을 향한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그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잃어버린 무엇인가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마음이든, 꿈이든, 사랑이든, 글은 그 모든 것을 찾아가는 하나의 도구이자 노정이다.
나는 글을 쓰며 사라졌던 나의 마음을 마주하고 싶다. 그것이 어떤 모양이든,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미 의미 있는 노정일 것이다.
글을 쓰는 손끝에서, 지나간 시간의 조각들이 새롭게 이어지고, 흩어진 마음이 다시 나와 연결된다. 그렇게 찾은 마음은 나를 더 단단하게, 더 넓게 만들어 준다.
글을 쓰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 목적이 무엇이든, 글은 우리 안의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가는 길이 될 수 있다.
그 길 끝에서 우리는 새로운 나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다.
글쓰기는 곧 나를 찾아가는 노정이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