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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해 오는 해

김왕식







가는 해 오는 해




백영호



가는 해는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인가
노을에 타는
넬라 환타지아 가락이다

오는 해는
포항 호미곶에서 찾은
용솟음치는
고래심줄 오른팔이고
희망 야망 믿음이지

가는 해는
나라님이 계엄 한 사발
어설프게 마시고 토하는
한숨소리이고, 구치소서
회한의 성경 읽는 소리일 테지

오는 해는
새 지도력 찾아 나서기로
지는 해는 보내야 한다
미련도 없이 장사 치렀다

그리고 맞이한 새해
오는 해 격하게 안는다
해는 공중에서
이미 땀 흘리며 있었고
땅들이 일어나
새판 짜기에 바빴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백영호 시인의 '가는 해 오는 해'는 한 해의 끝과 새로운 해의 시작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통해 개인적, 사회적, 그리고 국가적 차원에서의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
이 시는 단순히 시간의 경과를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인간의 삶과 역사의 굴곡을 깊이 탐구하며 희망과 새로운 다짐을 노래한다.

작가는 '가는 해'와 '오는 해'를 대비하며 삶의 상실과 희망을 동시에 표현한다. 가는 해는 '노스탤지어의 손수건'과 '넬라 환타지아 가락'으로 과거를 향한 그리움과 아름다운 기억을 상징한다. 동시에 '계엄 한 사발'과 '구치소에서 회한의 성경 읽는 소리'를 통해 사회적 혼란과 인간의 죄책감을 담아낸다. 이는 작가가 과거를 단순히 낭만화하지 않고, 고통과 회한을 인정하며 삶의 진실성을 강조하는 가치관을 보여준다.

반면, '오는 해'는 '포항 호미곶'과 '용솟음치는 고래심줄 오른팔'로 희망과 강인한 의지를 상징하며, '새 지도력'을 찾고 '새판 짜기'를 준비하는 모습에서 작가의 진취적인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이는 과거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의지로, 작가는 삶을 발전과 갱신의 연속으로 바라보며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이 작품은 시적 이미지와 상징성을 통해 미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노스탤지어의 손수건'과 '넬라 환타지아'라는 표현은 가는 해에 담긴 정서적 여운을 아름답고 섬세하게 그려내며, 과거를 향한 애틋함을 느끼게 한다.
반면, '고래심줄 오른팔'과 '땅들이 일어나 새판 짜기' 같은 표현은 새로운 해에 대한 강렬한 생명력과 역동성을 드러낸다. 시의 언어는 감각적이고 생동감 있으며, 독자들에게 시간의 흐름을 온전히 체감하게 만든다.

또한, 사회적 비판 의식과 성찰적 태도를 병치하는 방식도 이 시의 중요한 미적 특징이다. '계엄'과 '구치소'는 과거의 사회적 아픔과 부조리를 직시하게 하며,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기억과 반성의 필요성을 상기시킨다.
동시에 '희망', '야망', '믿음'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해의 이미지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고양시킨다. 이러한 대비를 통해 시는 삶의 다층적 진실을 드러내고, 이를 미적으로 완성한다.

'가는 해 오는 해'는 시간의 흐름을 단순히 자연적 현상으로 보지 않고, 인간의 삶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심화된 성찰을 담아낸 작품이다. 백영호 시인은 가는 해의 아쉬움과 회한, 오는 해의 희망과 다짐을 시적 언어로 강렬하게 구현하며, 삶을 향한 깊은 철학적 태도와 미의식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는 독자들로 자신만의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시인의 세계관과 표현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단순한 시간의 노래를 넘어선, 삶의 근원적 진실과 희망을 탐구한 시적 걸작이라 할 만하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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