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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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은 내 안의 강물
김왕식
내게 쉼은 흐르는 강물,
바위 틈새를 지나도 멈추지 않아요.
천둥 같은 일들이 몰아쳐도
저 깊은 바닥엔 고요가 깃들어 있지요.
삽을 들고 땅을 파는 동안에도,
내 손바닥에 햇살이 내려앉아
잠시 쉬라는 신호를 보내요.
삽질과 쉼, 그 경계는
안개처럼 희미하고 섞여 있어요.
바쁜 날들 속에서도
피곤함은 문을 두드릴 틈을 잃고,
내 쉼은 들꽃처럼 자라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요.
쉬는 것은 나에게 숨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하늘 아래를 거니는 구름이 되는 것,
일을 하는 순간에도 나는
늘 쉬고 있어요.
쉼은 내 안의 불씨,
어떤 바람에도 꺼지지 않고
새로운 힘을 피워 올리죠.
나는 쉼과 함께 춤을 춰요.
피곤함이 문턱에 발을 디디려 하면
바람이 꽃씨를 데려가듯,
쉼이 나를 감싸 안아요.
내 삶은 쉬며 일하는 일,
일하며 쉬는 일.
그 속에서 나는 늘,
고요한 강물처럼 흐르고 있어요.
1995, 11
다섯메 동산에서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