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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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나절
지인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그는 복잡한 마음 상태를
토로했다.
사실
지인은 심리학을 전공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은 보듬어도
자신의
마음 다스리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하여
마음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계기가 됐다.
나눈 대화를 여과 없이 적어
공유한다
■
마음은 '바다와 같은 밭'이다
바다는 모든 것을 품는다.
작은 시냇물부터 거대한 강물까지, 때로는 오폐수조차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다. 바다는 그것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출렁이며 정화하고, 가라앉히고, 흘려보내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인간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쁨과 슬픔, 분노와 사랑, 그 모든 감정이 마음속으로 흘러들어온다. 때로는 그것을 감당하지 못해 소용돌이치지만, 결국 마음은 모든 것을 품고 스스로 정화하며 다시 평온을 되찾는다.
우리는 바다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이유를 안다. 바다는 그것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 또한 거부할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살아간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감정들, 밀어내려 할수록 더 깊이 스며드는 기억들, 모든 것은 결국 마음속에 스며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흐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바다와 같은 마음을 지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심리학적으로 마음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공간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의식(ego), 무의식(id), 초자아(superego)로 나눈다. 바다의 깊은 곳이 무의식이라면, 수면 위에서 부딪치는 파도는 의식과 같다. 표면에서는 감정이 흔들리지만, 그 밑바닥에는 보이지 않는 깊은 층이 있다.
자기심리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은 '인간이 타인의 인정과 공감을 통해 자아를 형성하고 안정화한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감정들은 강물처럼 흘러들어와 마음이라는 바다에 쌓인다. 어떤 감정은 깨끗한 물처럼 흡수되고, 어떤 감정은 혼탁한 채로 남아 있지만, 바다처럼 마음도 결국 스스로를 치유하려는 힘을 갖고 있다. 우리는 슬픔 속에서도 치유되고, 기쁨 속에서 더욱 빛난다.
긍정심리학에서는 이를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고 부른다. 회복탄력성이란 '고통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다. 바다가 오염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맑아지듯이, 인간의 마음도 감정을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며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고통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지만, 그것을 안고 살아가면서도 평온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은 바다와 같은 밭이다.’
여기서 ‘밭’이라는 표현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밭은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곳이다. 어떤 씨앗을 심느냐에 따라 거두는 열매가 달라진다. 인간의 마음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어떤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지에 따라 삶의 방향이 결정된다.
노자의 '도덕경'에서는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가장 강한 힘이라고 말한다.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 머무르기에 모든 물줄기를 받아들인다. 인간의 마음도 그렇다. 감정을 억누르고 밀어내려 할수록 마음은 더 거칠어지고 혼탁해진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흘려보낼 때, 마음은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
불교에서는 ‘수용(受容)’과 ‘무집착(無執着)’을 강조한다. 슬픔을 거부하는 순간, 오히려 슬픔은 더 커지고, 기쁨을 붙잡으려 하면 그것은 곧 사라진다. 바다처럼 감정을 받아들이되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 태도가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이 된다.
장자의 ‘제물론(齊物論)’에서도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을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은 흐름 속에 있고, 감정 또한 순간적인 파도에 불과하다. 바다가 오폐수도 받아들이듯이, 인간의 마음도 때로는 아픔과 상처를 받아들이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흘려보낼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자유로워진다.
마음이 바다와 같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을 실제로 삶에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우리는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어야 할까?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인정해야 한다. 감정은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것을 부정하면 내면의 갈등이 더 깊어진다. 명상이나 글쓰기는 감정을 정리하고 수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감정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바다가 파도를 거부하지 않듯이, 우리는 감정을 억제하려 하기보다 그 흐름을 지켜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감정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감정을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기 연민(self-compassion)과 타인을 향한 공감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바다는 스스로 아프면서도 결국 모든 것을 품는다. 인간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타인의 고통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마음은 바다다,
그리고
우리는 그 바다를 가꾸는 농부다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만, 결코 그 자체를 잃지 않는다. 슬픔이 밀려오면 함께 아파하고, 기쁨이 스며들면 함께 빛난다. 인간의 마음도 그러하다. 다양한 감정이 밀려오고 떠나지만, 결국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바다와 같은 존재다.
바다는 스스로 정화될 줄 안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다. 어떤 감정이든, 시간이 지나면 결국 평온해진다. 바다는 결국 다시 맑아지고, 마음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억제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흘려보내는 것이다.
마음은 바다이고, 우리는 그 바다를 가꾸는 농부다. 모든 감정은 하나의 씨앗이 되어 마음속에 뿌려진다.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돌보고 키우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결국, 마음을 가꾸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같다. 어떠한 감정이든, 그것을 받아들이고 품어갈 때, 우리는 더 넓고 깊은 사람이 될 수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