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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골 사과

김왕식




얼음골 사과




시인 유숙희





사과 박스가 왔다

아 하, 얼음골 사과

한 입에 베어무니

향 짙은 사과향 愛

과즙이 물컹

목젖을 적신다


내 친구가 보냈구나

최상품 사과를,

아침 대용으로 먹으라

전한 정성의 마음결


샵에 두고 오며 가며

깎아 먹고 귀한

단골손님 오시면

접대용도 괜찮겠네


점심 후식으로

한 알 깎아 씹는데

芝蘭之交 우정의 맛

사각사각 새콤달콤

미각, 청각

추억을 깨우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유숙희 시인의 시 '얼음골 사과'는 단순한 과일을 넘어, 우정과 정성, 그리고 삶의 향기를 담아내는 시적 형상화가 돋보인다. 얼음골 사과를 매개로 하여 시인은 친구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을 되새기고, 사과를 맛보며 기억과 감각을 일깨운다. 이 시는 단순한 먹거리의 경험을 넘어선 인간관계의 깊이와 삶의 정서를 담고 있다.


유숙희 시인의 시에서는 소소한 일상에서 깊은 의미를 찾아내는 삶의 태도가 엿보인다. 사과 한 입에서도 친구의 따뜻한 배려를 떠올리고, 이를 통해 우정의 가치를 되새긴다. 이는 곧 ‘물질적인 풍요보다 정서적 교감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또한, 시인은 단순히 사과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행위를 통해 나눔과 환대의 가치를 실천한다. 즉, 사과는 개인적 기쁨에서 공동체적 기쁨으로 확장된다.


더불어, 시 속에서 ‘샵’과 ‘단골손님’이라는 요소가 등장하는 점이 흥미롭다. 이는 시인이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존재하며, 일상의 풍경 속에서도 의미를 찾고자 하는 태도를 가졌음을 보여준다. 시인이 삶을 대하는 방식은 단순 소비가 아니라 ‘나눔을 통한 공존’에 가깝다.


이 시의 미학적 특징은 감각적 이미지와 정서적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데 있다.


시인은 사과를 먹는 행위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감을 통해 사과를 경험하게 만든다.


“향 짙은 사과향 애愛”

“사각사각 새콤달콤”

“과즙이 물컹 목젖을 적신다”

“사각사각”


이러한 감각적 표현들은 독자가 시인의 경험을 공유하도록 만들며, 단순한 묘사를 넘어 시각적·청각적 쾌감을 자극한다.


사과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우정의 매개체’로 작용한다. 특히, “지란지교芝蘭之交 우정의 맛”이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사과를 먹으며 떠올리는 친구와의 관계는 맑고 순수한 정서로 형상화된다.


사과를 보내준 친구의 따뜻한 마음을 되새기고, 그 마음을 다시 주변 사람들과 나누며 확장하는 과정은 시인의 세계관을 잘 드러낸다. 사과 한 알을 통해 친구와의 관계를 회상하고, 단골손님과도 나눌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태도는 삶의 관계성을 소중히 여기는 시인의 가치관과도 연결된다.


유숙희 시인의 '얼음골 사과'는 사과 한 입에서 출발하지만, 그 속에 인간관계의 따뜻함과 삶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시인은 감각적 묘사를 통해 독자가 직접 사과를 맛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우정과 정성을 되새기게 한다. 또한, 나눔을 통한 공동체적 의미를 강조하며, 사과라는 소재를 시적 형상화의 도구로 삼아 미적 가치를 극대화한다.


결국, 이 시는 음식의 맛을 넘어서,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의 미의식은 단순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삶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 있으며, 그것이 바로 이 시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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