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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소리 ㅡ 시인 주광일

김왕식







천둥소리




시인 주광일





여든 넘으면

흐릿하게나마
저 세상 끝자락
보이길 바랐는데

희미하게나마
하늘의 소리
들리길 바랐는데

오늘은 새벽부터
굵은 빗줄기

천둥소리
두렵구나

자 이제 나
어쩐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주광일 시인의 삶은 일평생 공직자로서의 소신과 정의로움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는 不偏不黨한 태도를 유지하며 주변의 존경을 받아온 인물이다. 이는 그의 시에서 드러나는 가치관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는 한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공동체를 위한 태도를 견지하며, 민족을 위한 헌신적 태도를 시로 승화시킨다.
또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고민하는 자세를 유지하며, 단순한 감상적 애국이 아닌, 정치적 상황을 날카롭게 인식하는 실천적 애국을 보여준다.

그가 노년에 들어 ‘저 세상 끝자락’과 ‘하늘의 소리’를 희미하게나마 바라보려 했다는 구절은 종교적 성찰이 아니라, 한평생 민족과 국가를 위해 살아온 자의 내면적 성찰로 읽힌다. 현실은 그에게 안식을 주지 않는다. ‘천둥소리’는 현재 한국 정치 상황을 상징하며, 그 소리에 두려움을 느끼는 시인은 여전히 조국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이는 평생을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지키며 살아온 그가, 지금의 시대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태도와 연결된다. 그의 삶의 철학은 결국 공정, 애국, 그리고 현실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으로 요약할 수 있다.

주광일 시인의 시는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절제된 언어 속에서 깊은 사유를 담아낸다. 이는 그가 시를 통해 감정을 과장하거나 미화하기보다는, 현실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태도를 유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천둥소리'에서도 간결한 표현이 주는 강렬함이 돋보인다.

첫 연에서 ‘흐릿하게나마’와 ‘희미하게나마’라는 반복적 표현을 사용하여, 시적 화자가 기대했던 것이 무엇인지 강조한다. 이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자 하는 노인의 마음과 연결되며, 그것이 희미할지라도 느끼고 싶다는 인간적인 갈망을 담고 있다.

‘천둥소리’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시인이 두려움을 느끼는 현실적 상황을 상징한다. 비와 천둥이 날씨의 변화가 아니라, 한국 정치 상황의 불안정성을 반영하는 메타포로 기능하며, 시인의 심리적 동요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마지막 구절, ‘자 이제 나 어쩐다?’는 극도의 간결함 속에서도 무거운 울림을 준다. 이는 개인적 불안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대한 걱정과 무력감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시인이 자신의 역할을 다했음에도, 여전히 현실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절망이 담겨 있다.

그의 시는 기교적인 수사를 배제하고도 강한 울림을 주는 힘을 지닌다. 이는 그의 시가 사유의 깊이와 현실 인식에 기반한 미학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의 미의식은 단순함 속에서도 깊은 철학을 담고 있으며, 언어의 절제 속에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광일 시인은 개인적 감상을 넘어, 한국 사회와 정치적 현실을 반영하는 시를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시인이다. 그의 시적 특징은 언어의 절제와 상징적 표현을 통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다.
또한, 그의 작품은 회고적 정서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를 고민하는 지성인의 태도를 담아내고 있다.

삶의 철학에서도 그는 공직자로서의 정의로운 태도를 유지하며,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자세를 견지해 왔다. 그의 시는 이러한 삶의 태도를 반영하며, 민족과 국가를 향한 깊은 책임감을 드러낸다. 시적 언어의 절제와 깊은 사유가 조화를 이루며, 개인적 정서를 넘어서는 확장된 의미를 부여하는 점에서 높은 문학적 가치를 지닌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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