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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ㅡ 정현종

김왕식










시인 정현종






정현종 시인의 ‘섬’은 단 두 줄로 이루어진 짧은 시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깊고 넓다. 시인은 단순한 언어로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탐구한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는 구절은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지만, 각자의 생각과 감정, 경험이 다르기에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없다. 이 ‘섬’은 고립이나 단절의 상징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개인의 고유한 공간, 즉 자신을 지키는 독립적인 영역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말은 이 거리감 속에서도 오히려 그 섬으로 다가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이는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찾고 싶은 욕망일 수도 있고, 혹은 타인의 마음속 깊은 곳을 이해하고자 하는 소망일 수도 있다.

정현종 시인은 인간 존재의 독립성과 고유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인간이 서로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없는 존재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거리감 속에서 오히려 진정한 소통과 이해가 가능하다고 본다. 사람들 사이의 ‘섬’은 고립의 상징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을 지키고, 또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여백으로 볼 수 있다. 시인은 이러한 여백이야말로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가치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 시의 가장 큰 미학적 특징은 ‘간결함’이다. 불필요한 수식어 없이 단순한 문장으로 깊은 의미를 전달하는 능력은 정현종 시인의 시 세계를 대표하는 요소다. 또한 시인은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짧지만 여운이 긴 이 시는 독자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투영하여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섬’은 짧은 시 속에 인간관계의 본질과 존재의 의미를 담아낸 작품이다.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와 고독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오히려 진정한 자기 발견과 소통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시인의 시선이 돋보인다. 간결한 언어로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이 시는 정현종 시인의 철학과 미의식을 잘 드러내는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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