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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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 곱창 머리띠
시인 유숙희
작아서 못 입는
엄마 원피스를
딸 원피스로 리폼,
남은 천으론 주문에 없는 곱창 머리띠
엄마랑 딸애랑
2개 만들어 건네니
단골님 얼굴이
화알짝 핀 함박꽃,
세상에 첨 보는
앙징맞게 귀한 것이
딸하고 엄마하고
둘만의 머리띠로
만족 두 배
기쁨 열 배 충만
내 작은 기술과 배려
단골님 마음 밭에
살짜기 심어지니
손님의 젖은 가슴
환하게 웃었고
내 가슴은 널널한
자부심 깃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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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ㅡ
유숙희 시인은
참 좋은 사람이다.
따뜻하다.
그냥
푸근한 한국 엄마다.
유숙희 시인의 작품은 늘 일상 속 따뜻한 온기를 담아낸다.
‘쌍 곱창 머리띠’ 역시 평범한 하루의 한 장면을 통해 삶의 소소한 기쁨과 인간적인 교감을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시인은 작은 기술과 배려로 단골손님의 마음을 환하게 밝히는 순간을 통해 삶의 본질적인 가치, 즉 타인과의 나눔과 배려의 중요성을 조용히 강조한다.
시의 전반부에서는 엄마의 낡은 원피스를 딸의 옷으로 새롭게 리폼하는 과정을 통해 세대를 잇는 사랑과 정성을 드러낸다. 남은 천으로 만든 ‘주문에 없는 곱창 머리띠’는 단순한 액세서리를 넘어, 엄마와 딸의 관계를 상징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시인은 이 과정에서 특별함의 가치를 상업적인 기준이 아닌, 정성스럽고 창의적인 배려에서 찾는다.
“단골님 얼굴이 화알짝 핀 함박꽃”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 진심이 담긴 선물이 가져오는 감동을 생생히 전달한다.
시인은 손님의 기쁨을 통해 자신 역시 ‘자부심 깃발’을 올리며, 서로의 마음이 따뜻하게 연결되는 순간을 강조한다. 이로써 시인은 물질적인 것보다 마음을 나누는 순간의 소중함을 독자에게 일깨운다.
유숙희 시인의 작품 세계는 한국적 정서, 특히 어머니의 따뜻함과 배려심이 짙게 배어 있다. 그녀의 시는 특별히 화려하거나 과장된 수사를 사용하지 않고도, 독자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시인은 삶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미와 소박한 행복을 발견하며, 이러한 태도가 작품 전반에 흐르는 미의식을 형성한다.
이처럼 유숙희 시인은 일상 속 사랑과 배려의 가치를 섬세하게 포착하는 따뜻한 시인으로, 작품을 통해 우리의 삶에 따사로운 빛을 비춘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