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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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의 길, 우리의 길
소금은 참 특별한 재료다.
음식에 조금만 넣어도 맛이 살아나고, 아무 맛없는 재료들이 소금을 만나면 전혀 다른 맛으로 변한다.
이런 소금이 맛을 내기 위해선 스스로를 녹여야 한다는 사실, 혹시 알고 있었는가? 소금이 음식 속에서 짠맛을 내기 위해선 물에 녹아야 하고, 그렇게 녹으면서 본래의 형태는 사라진다. 소금은 자신을 죽여야만 진짜 소금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생각을 곱씹다 보면, 문득 사람의 삶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관계를 맺고, 다양한 상황을 마주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가진 고집이나 자존심을 지키려고만 하면 오히려 관계는 어긋나고 상황은 더 꼬이기 마련이다. 마치 녹지 않은 소금처럼, 겉으로는 그 자리에 있지만 맛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내가 왜 참아야 하지? 왜 내가 먼저 양보해야 하지?”
소금의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소금은 자기 자신을 끝까지 지키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꺼이 자신을 녹이며, 그 속에서 본연의 가치를 드러낸다. 우리가 때로는 마음을 열고, 스스로를 낮추며, 고집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진정한 관계의 맛이 살아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삶에서도 우리는 이런 소금 같은 순간을 많이 맞이한다. 가족과의 갈등, 친구와의 오해, 직장에서의 마찰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때 ‘내가 옳다’는 생각만 고수하며 벽을 세우기보다는, 한걸음 물러나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스스로를 조금씩 내려놓을 때, 우리의 삶은 더 깊은 맛을 내기 시작한다.
이 과정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소금이 물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녹아버리는 것이 아니듯, 우리도 마음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는다. 때로는 억울하고, 손해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간다.
소금이 음식의 맛을 살리는 것처럼, 우리도 서로를 살리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내가 조금만 더 이해하고, 조금만 더 양보할 때, 우리 주변의 사람들은 더 따뜻해지고 관계는 더 깊어진다. 결국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 나를 더 빛나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소금은 녹아야만 짠맛을 낸다.
우리는 때로 마음을 녹여야 진짜 삶의 맛을 낼 수 있다.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 곧 나를 잃는 것이 아님을, 외려 그 과정에서 더 큰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오늘 하루, 소금처럼 살아보는 건 어떨까?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