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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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 잔, 냉수 한 모금, 그리고 소금 두 톨
청람 김왕식
술에 관한 이야기는 참으로 다양하다.
사람마다 술을 마시는 방식이 다르고, 각자의 취향이 있기 마련이다.
내 친구 달근이는 오직 소주만 마신다. 그것도 그냥 소주가 아니다. 일명 빨간딱지 진로. 그 소주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어느 술자리든 자기 앞엔 늘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소주 한 병,
그리고
안주는 딱 두 가지.
냉수 한 잔과 소금 한 접시.
그가 술을 마시는 방식도 독특하다.
소주 한 잔을 가득 채워 들이켜고, 소금 한두 톨을 집어넣는다. 그리고 냉수를 한 모금 들이켠다. 그것이 끝이다.
다시 소주,
소금,
냉수.
그렇게 무한 반복이다.
옆에서 보고 있던 친구 길근이가 혀를 끌끌 찬다.
"야, 달근아. 니는 참말로 특이하다. 아니, 그럴 거면 그냥 소주에 냉수 타고 소금을 섞어 마시면 되는 거 아이가? 그라믄 한 번에 끝인데, 뭐 이리 복잡하노?"
길근이는 마치 신세계를 발견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봐라, 내가 실험 한 번 해볼게."
길근이는 자기 잔에 소주를 따르고, 냉수를 살짝 타더니 소금을 한 꼬집 넣고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본다.
"자, 한 번 마셔봐라. 내 보기엔 니 하는 거랑 똑같을 것 같은데?"
달근이는 길근이의 잔을 빤히 쳐다보더니 피식 웃는다.
"길근아, 그기 안 돼."
"왜 안 되노?"
"그냥 안 되는 기다."
"이유를 대라. 뭐, 과학적으로 안 맞는 기가? 이론적으로는 완벽한데?"
달근이는 여전히 미소만 지을 뿐,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러더니 다시 원래 방식대로 소주 한 잔을 들이켜고, 소금 한두 톨을 집어넣고, 냉수를 마신다.
길근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야, 달근아. 그래도 내가 만든 거 한 번만 마셔보그라. 혹시 알아? 니 인생이 달라질지?"
달근이는 여전히 무심한 얼굴로 잔을 밀어낸다.
"아니다. 내는 내 방식이 좋다."
"아니, 똑같은 거라니까? 그냥 한 방에 해결되는데 왜 그리 어렵게 사노?"
달근이는 한숨을 쉬더니 길근이를 바라보며 말한다.
"길근아, 니는 라면도 다 끓이고 나서 계란 푸나?"
"뭔 소리고? 그기 뭐랑 상관 있는데?"
"그냥 묻는 기다. 라면 끓일 때 계란을 미리 풀어놓고 끓이겠나, 아님 다 끓이고 나서 터뜨리겠나?"
"나는 중간에 넣는다. 끓이다가 반쯤 익으면 살살 풀어가면서 섞지."
"그라믄 된 기다."
"뭔 소리고?"
"내가 소주를 마시는 방식도 그런 기다. 니는 그저 결과만 보고 같다고 하는데, 나는 과정이 중요한 기다."
길근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야, 니는 참 희한하다. 소주 마시는 데도 과정이 필요하나?"
달근이는 잔을 다시 들이키며 웃는다.
"그기 중요하다. 순서를 지켜야 술맛이 제대로 나는 기다.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소금 한 톨을 혀끝에 얹고, 냉수 한 모금으로 마무리. 그게 딱 맞다. 그 순서를 바꾸면 맛도 바뀐다. 감성이 달라진다."
길근이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에이, 나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는 니 방식대로 못 마신다. 내는 그냥 소맥이 제일이다."
달근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사람마다 다 자기 방식이 있는 기다. 내는 내 방식이 좋고, 니는 니 방식이 좋은 거고."
그렇게 그들의 술자리는 계속된다.
길근이는 결국 자신의 레시피를 포기하고 원래대로 마시기로 한다.
"아이고, 머리 아프다. 그냥 시원하게 한 잔 하자. 야, 한잔 받으라."
"그래, 한잔하자."
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정겹게 울린다.
그리고 그 순간, 달근이는 다시 원래의 방식대로 소주를 마신다. 길근이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는다.
"아무래도 니는 영원히 변할 놈이 아니다."
달근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그래, 그냥 내 스타일대로 가는 기다."
술이 들어가며 밤은 깊어간다. 소주 한 잔, 냉수 한 모금, 그리고 소금 두 톨. 달근이만의 방식으로 말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