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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중국 대련땅 왜 갔냐고 묻길래

김왕식








누가 중국 대련땅 왜 갔냐고 묻길래




시인 노태숙




누가 중국 대련땅 '왜 갔냐고 묻길래'
'안중근 의사 만나러 갔다고 했다'

'그가 잘 계시냐'라고 물어서
'선잠 깨어 잠들지 못하신다'라고 했다

나라가 풍비박산 날정도라고 영정사진 보고 고하니 눈물을 흘리셨다

시커멓게 불탄 가슴
한이 서린 눈빛

동녘 하늘 부둥켜안고
끝도 없는 눈물샘의
성화에

나도 따라 울었다

안 의사님 가신 날에.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노태숙 시인의 애국충정과 시적 미의식





노태숙 시인의 누가 중국 대련땅 왜 갔냐고 묻길래는 애국적 정서와 시대적 울분을 담아낸 작품이다. 시는 질문과 대답 형식을 취하면서도, 강렬한 감정을 담아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 시는 전반적으로 직설적인 문장을 사용하여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누가 중국 대련땅 왜 갔냐고 묻길래'라는 첫 문장은 독자가 즉각적으로 시인의 감정선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며, 역사적 사건과 개인적 체험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일문일답의 형식을 띠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안중근 의사 만나러 갔다고 했다'는 답변은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역사적 의미를 지닌 행위임을 암시한다. 이어지는 '그가 잘 계시냐'는 질문과 '선잠 깨어 잠들지 못하신다'는 대답은 안중근 의사의 영혼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음을 표현하며, 나라의 현실과 연결된다.

시의 중반부는 안중근 의사의 반응을 묘사하며 감정선을 더욱 끌어올린다. '나라가 풍비박산 날 정도라고 영정사진 보고 고하니 눈물을 흘리셨다'는 구절에서, 시인은 역사적 존경을 넘어 현재의 사회적 혼란과 조국의 현실을 통탄하는 심정을 전한다. 영정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대화를 형성하고, 안 의사의 눈물이라는 이미지로 역사적 슬픔과 현재적 고통을 교차시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후 '시커멓게 불탄 가슴 / 한이 서린 눈빛'은 안중근 의사의 희생과 한을 직설적으로 형상화한다. 특히 '동녘 하늘 부둥켜안고'라는 표현은 동방의 나라, 즉 조국에 대한 애정과 염려를 함축하며, '끝도 없는 눈물샘의 성화'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민족적 슬픔을 극대화한다.

노태숙 시인의 시적 세계관은 역사적 사실과 개인의 정서를 결합하는 데 있다. 그의 작품은 민족적 정체성과 역사적 상처를 직관적이고도 서정적으로 풀어낸다. 본 시에서도 단순한 역사적 언급이 아니라, 시적 화자의 감정을 통해 역사와 현실이 교차하며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노태숙 시인은 최근 정치적 혼란 속에서 밤잠을 설친다고 한다. 이는 곧 그가 문학을 미적 유희가 아니라, 시대를 비추는 거울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현실 참여적 성격이 강하며, 그저 과거 회고가 아닌 현재적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이 시에서도 안중근 의사의 '선잠'은 시인의 불면과도 연결된다.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영웅의 영혼이 여전히 편히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를 기억하지 않거나, 그가 꿈꾸던 나라를 실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그렇기에 시인은 '나도 따라 울었다'며 자신의 감정을 역사적 슬픔과 동일시한다.

'누가 중국 대련땅 왜 갔냐고 묻길래'는 단순한 헌시(獻詩)가 아니라, 역사적 인물과 현재의 우리를 연결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의 미적 특징은 직설적인 언어 속에서도 감정의 깊이를 극대화하는 데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는 독서 경험을 넘어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된다.

노태숙 시인의 문학적 가치철학은 시대적 현실과 역사적 기억을 예술적으로 조화시키는 데 있다. 그는 민족적 정서를 바탕으로 하되, 애국주의적 감상에만 머물지 않고, 현실 속에서 그 정신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다. 이 시는 바로 그 고민의 결정체이며, 안중근 의사의 눈물과 시인의 눈물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독자 역시 그 울림 속에 함께 머물게 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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