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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다 ㅡ 유숙희 시인

김왕식









봄을 기다리다




시인 유숙희





겨우내 칼바람
황소바람 깁고
벌어진 틈새 촘촘히
바느질한 겨울

우수雨水가 지나니,
봄바느질 생각에
마음 설레~ㅁ,
아직 매서운 겨울바람
바느질로 감싸고,

살짝,
불어오는 미풍 속에
새싹 소식 들려오는
얼었던 대지大地 녹는 소리,

세상은 시끄러워도
계절은 만사형통萬事亨通
봄 봄이 오는 소리
꿈속에 찾아온
수선화 아가씨 반겼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유숙희 시인의 '봄을 기다리다'는 자연의 순환 속에서 희망을 찾고, 기다림의 의미를 섬세한 언어로 직조한 작품이다. 겨울의 매서운 바람과 얼어붙은 대지가 서서히 녹아가며 봄을 맞이하는 과정이 ‘바느질’이라는 은유 속에서 정갈하게 형상화된다.

특히, ‘설렘’을 ‘설레~ㅁ’으로 풀어낸 표현은 이 시의 압권이다.
단순한 조어법을 넘어 감각적인 리듬감을 부여하며, 기다림 속의 떨림을 보다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이 작은 변주 變奏 하나만으로도 시인의 섬세한 언어 감각이 빛을 발한다.

이 시에서 드러나는 시인의 가치철학은 자연의 질서를 받아들이고, 그 흐름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태도에 있다. 겨울은 그저 견디는 계절이 아니라, ‘칼바람’을 맞으며 틈새를 촘촘히 꿰매고 바느질하듯 정성을 들여 완성하는 시간이다.
이 과정은 곧 삶을 대하는 시인의 태도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雨水(우수)’를 기점으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포착하며, 변화의 법칙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세상은 시끄러워도 계절은 萬事亨通’이라는 구절에서 읽히듯, 시인은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삶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발견한다.

작품의 미의식 또한 정제되어 있다. 시인은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흐름을 단순한 계절 변화로 그리지 않고, 촉각과 청각을 활용해 감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칼바람’, ‘황소바람’이 전하는 날카로운 겨울의 매서움은 ‘살짝 불어오는 미풍’, ‘새싹 소식’, ‘대지 녹는 소리’로 이어지며 부드러운 생명의 기운으로 변모한다.
특히, ‘수선화 아가씨’라는 시각적 이미지는 봄을 맞이하는 설렘을 환상적으로 그려내며, 꿈과 현실이 맞닿는 경계를 더욱 서정적으로 만든다. 이는 시인이 자연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흐름을 정제된 언어로 직조織造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독자는 이러한 감각적 이미지 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기쁨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이 시는 단순한 계절의 변화를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의 이치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기다리는 삶의 태도를 담아낸다. ‘바느질’이라는 독창적인 은유 속에서 겨울을 견디는 인내와 봄을 기다리는 설렘이 한 땀 한 땀 수놓아진다.
유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으며, 감각적인 표현과 정제된 언어로 계절의 흐름을 섬세하게 직조해 낸다. 기다림의 미학이 깃든 이 시는, 곧 다가올 봄을 향한 기대를 더욱 따스하게 물들인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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