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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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혹한 시대, 민족의 저항시인 이상화
시인 박철언
빼앗긴 들, 빼앗긴 이름
민족혼마저 빼앗길 수 없어
꿋꿋하게 어둠을 저항한
민족시인이자 문학평론가요 번역문학가 교육자
처참한 현실 속에 참다운 삶을 잃어버려
고통과 슬픔이 마디마디 자라던 시대 흔들림 없이 저항하며 지조 지켜
조국 되찾으려 온몸으로 노래한 독립운동가
하늘은 굳게 입 다물고
봄조차 느낄 수 없는 허허로운 들판 웃음과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혼을 일깨우려 부르며 찾으며
풋내를 띠고 하루를 걷는 시인
암울한 시대를 꿰뚫어 통곡하듯
혼이 담긴 저항시들만 유족처럼 남기고 하늘과 들이 맞닿은 소실점 속으로 영원히 사라져 간 불꽃의 43년 생애
민족혼과 시대정신 품은 그의 시 되찾은 땅 들녘에 서면 사계절 내내 민족의 가슴에 바람 되어 불어온다 고향 대구 들녘 넘어서서 한반도 들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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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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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 시인의 시 '엄혹한 시대. 민족의 저항시인 이상화'는 저항과 애국의 상징인 이상화 시인의 삶과 문학적 유산을 기리는 작품이다. 시는 이상화가 겪었던 시대적 고난과 그의 불굴의 저항정신을 조명하며, 민족의 아픔을 품고 살아간 시인의 혼을 되새긴다.
이 시는 이상화를 민족의식을 온몸으로 실천한 독립운동가로 조명한다. “빼앗긴 들, 빼앗긴 이름”이라는 시어는 그의 대표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연상시키며, 일제 강점기 조국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함축한다. ‘민족혼미저 빼앗길 수 없어’라는 구절은 이상화의 저항시가 단순한 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민족혼을 지키려는 정신적 결사였음을 강조한다.
박철언 시인은 이상화를 “꿋꿋하게 어둠을 저항한 민족시인이자 문학평론가요 번역문학가 교육자”로 규정하며, 그의 다면적인 역할을 조명한다. 이상화는 시뿐만 아니라, 문학을 통해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데 힘썼으며, 언론과 교육 활동을 통해 저항 의식을 널리 퍼뜨렸다.
이 시에서 특히 강조되는 점은, 이상화가 ‘처참한 현실 속에 참다운 삶을 잃어버려’도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통과 슬픔이 마디마디 자라던 시대’ 속에서도 ‘지조를 지켜’ 민족을 위해 온몸으로 싸운 그의 모습은, 문인의 삶을 넘어 실천적 저항의 상징으로서 자리한다.
이상화는 그의 짧은 생애 동안 불꽃처럼 타올랐다. “암울한 시대를 꿰뚫어 통곡하듯 혼이 담긴 저항시들만 유족처럼 남기고”라는 구절은, 그의 작품이 단순한 개인의 유산이 아니라, 민족의 유산으로 남았음을 의미한다. 특히 “하늘과 들이 맞닿은 소실점 속으로 영원히 사라져 간 불꽃의 43년 생애”라는 표현은, 짧지만 강렬했던 그의 삶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이상화의 정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지막 연의 “그의 시 되찾은 땅 들녘에 서면 사계절 내내 민족의 가슴에 바람 되어 불어온다”라는 부분은, 그의 시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나타낸다. 이는 박철언 시인의 시가 단순한 헌사가 아니라, 현재에도 유효한 민족적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박철언 시인의 작품은 이상화의 정신을 오늘날까지 잇는 역할을 한다. 시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으며, 이상화의 삶과 문학을 조명하는 방식 또한 정형적 서술이 아니라, 직접적인 호명과 강한 어조를 통해 감동을 극대화한다.
그의 시세계는 민족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한다. 개인적 서사를 넘어 민족과 시대의 흐름을 시 속에 녹여내며, 문학이 그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응답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박철언 시인이 공직자로서도 민족애를 가슴에 품고 살아온 삶의 철학과 연결되며, 그의 문학이 실천적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철언 시인의 '엄혹한 시대. 민족의 저항시인 이상화'는 단순한 헌사가 아니라, 이상화 정신의 계승을 목표로 하는 작품이다. 그는 시대의 어둠을 밝히기 위해 온몸으로 저항했던 이상화를 통해, 오늘날에도 유효한 민족정신과 문학의 힘을 강조한다. 강한 어조와 선명한 이미지로 독자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며, 이상화의 시가 여전히 ‘한반도 들녘’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적 태도는 박철언 시인의 미적 감각과 가치철학을 잘 반영한다. 민족과 시대를 향한 깊은 사유, 굳건한 애국정신, 그리고 문학이 현실을 밝히는 등불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이 시에서 강렬하게 드러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