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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가는 길과 우체국 가는 길

김왕식







천국 가는 길과 우체국 가는 길




맑은 오후, 작은 마을의 한 골목에서 한 남자가 서성거렸다. 목사였다. 새로 부임한 그는 첫 예배를 알리는 전단지를 돌리기 위해 동네를 돌고 있었지만, 방향 감각을 잃었다.
"우체국이 어디지?"
골목을 기웃거리던 목사는 마침 앞에서 놀고 있는 꼬마를 발견했다.

"얘야, 우체국 가는 길 좀 알려줄 수 있겠니?"
꼬마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저기서 오른쪽으로 가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있어요!"

목사는 꼬마의 친절에 고마워하며 한 가지 더 물었다.
"고맙구나. 그런데 말이야, 내일 우리 교회에 한번 와보지 않겠니?"
꼬마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교회 가면 뭐 해요?"
"거기 가면 천국 가는 길을 알려주지."
그러자 꼬마는 진지한 표정으로 목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목사님, 거짓말시키지 마세요."

목사는 당황했다. "거짓말이라니?"
꼬마는 허리를 양손으로 짚으며 당당하게 말했다.
"우체국 가는 길도 모르면서 천국 가는 길은 어떻게 알아요?"

그 순간, 목사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마치 한 방 먹은 듯했다. 동네 아이들에게 유쾌한 농담을 많이 듣긴 했지만, 이렇게 논리적으로 공격받은 적은 없었다.
꼬마는 팔짱을 끼고 그를 빤히 쳐다봤다.

"천국 가는 길이 진짜 있는 거 맞아요?"

목사는 순간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대답을 떠올렸다. 신학적인 설명을 해볼까? 아니면 비유를 들어볼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아니, 그런데 나는 왜 우체국도 못 찾고 있었지?'

그는 잠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얘야, 네 말이 맞는구나. 우체국 가는 길도 모르는 내가 천국 가는 길을 말하는 건 좀 우습지."
꼬마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목사님, 일단 우체국부터 가보세요! 그러면 천국 가는 길도 잘 알게 될 거예요!"

목사는 결국 꼬마의 안내에 따라 우체국으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꼬마는 신이 나서 목사에게 길을 가르쳐 주었다.
"여기서 오른쪽! 그리고 빨간 지붕 있는 가게 지나고, 저기 신호등에서 왼쪽!"

우체국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목사는 깨달았다.
'길을 찾는 건 배움의 과정이구나.'

그는 꼬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덕분에 길을 잘 찾았다. 고마워."
"그럼요! 이제 목사님도 천국 가는 길을 잘 알려주실 수 있겠죠?"

꼬마의 말에 목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이제부터는 길을 묻는 사람에게 확실히 알려줄게."
그러자 꼬마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근데 목사님, 교회 가는 길은 아세요?"

목사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일단… 네가 좀 더 설명해 주겠니?"

그날 이후, 꼬마는 동네에서 ‘목사님의 길잡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리고 목사는 교인들에게 말했다.
"하나님께 가는 길을 알고 싶다면, 먼저 이웃과 함께 길을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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