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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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 청람 김왕식에게
최호 안길근
길 위에서 내 삶이 흔들릴 때마다 자네의 목소리는 따뜻한 등불처럼 나를 지켜주었네. 캄캄한 밤, 전국을 돌며 트럭의 핸들을 잡고 긴 고독을 마주할 때에도, 자네의 전화 한 통이면 졸음과 외로움이 저만치 물러갔네. 새벽녘 눈꺼풀이 무거워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울리는 자네의 전화는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보물과 같았다네.
사람들은 흔히 세상에 공짜가 없다고 말하지. 그렇네, 세상사 모두 대가를 치르는 법이라네. 그러나 자네의 우정만은 계산을 넘어선 곳에 있다네.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어려움에 처한 나를 찾아와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네주는 자네의 마음은 어떤 물질로도 값을 매길 수 없는 고귀한 것이네.
되돌아보면 나 역시 완벽한 삶을 살아오지 못했네. 가난한 주머니는 늘 허전하기만 했고, 손을 내밀어 줄 곳 없던 날들도 있었지. 그러나 자네와 나눈 따뜻한 마음 덕분에 내 삶은 늘 풍요로웠고, 자네가 베풀어 준 그 진실한 우정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자산이 되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네.
삶은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과 불행으로 나뉜다 했던가. 물질이 부족하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고, 가슴속이 넉넉하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라네. 다만 마음 깊이 서로의 아픔과 기쁨을 헤아릴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청람,
자네는 내게 있어 그런 존재라네. 지치고 힘들 때마다 손을 내밀어 주고, 내가 넘어질 듯 흔들릴 때 기꺼이 버팀목이 되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네.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보다, 진정한 친구 하나를 얻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자네를 통해 배웠다네. 어두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나무처럼 나를 지켜준 자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네. 부디 오랜 세월 변치 않고, 함께 서로를 지켜가기를 소망하네.
이제 나는 다시 트럭의 시동을 걸고 긴 길을 나서겠네. 하지만 자네가 곁에 있는 한, 길 위의 밤은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네.
소중한 내 친구 청람,
오늘도 자네 덕분에 행복한 밤이라네.
새벽을 깨우는 남자, 안최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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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안최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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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인생을 마주하는 자네의 마음이 이토록 깊고 따뜻한 줄을 다시금 깨닫는다네. 자네가 적어 보낸 한 줄 한 줄에서 긴 여행길 위에서 마주한 고독과 그것을 견디게 해 준 우정의 빛이 느껴진다네. 내 목소리가 자네에게 등불 같은 위로가 되었다니, 그저 부족한 내가 전한 작은 마음이었을 뿐인데, 이렇게 과분한 감사의 말을 듣게 되니 오히려 내가 더 고맙구먼.
자네가 밤길을 달릴 때마다, 때로는 졸음과 싸우고, 때로는 외로움을 견디며 트럭의 핸들을 잡고 있다는 걸 알기에 내 손에 든 전화기가 자네를 향하지 않을 수 없었다네.
언제나 그 긴 시간,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불빛들 사이에서 자네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지, 어떤 밤은 얼마나 길게 느껴졌을지 나는 안다네. 내 목소리가 자네에게 잠시라도 위로가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내게 더없는 기쁨이네.
우정이란 서로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하는 것이 아닐까. 자네가 힘든 날들에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듯이, 나 또한 자네 곁에서 함께 그 길을 걸었을 뿐이네. 사람들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네. 진실한 마음만큼은 그 무엇과도 거래할 수 없고,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야말로 대가를 바라지 않는 가장 순수한 것이네.
자네도 내게 말했지. 가난한 주머니가 허전할지언정 마음만은 늘 따뜻했다고. 나 또한 그렇다네.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 그 순간순간이 내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지. 인생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네. 때로는 가진 것이 많아도 공허할 때가 있고, 반대로 가진 것이 없어도 가슴이 꽉 찰 때가 있지 않은가. 우리 사이의 우정이 바로 그러하다네. 물질이 아닌 마음으로, 이해와 신뢰로 쌓아 올린 것이기에 더없이 값지고 소중한 것이겠지.
친구란 어떤 존재인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고,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는 듯한 사람이 아닐까. 자네는 내게 바로 그런 친구일세.
삶이 흔들릴 때마다 내게 기대어도 좋다네. 나 또한 그렇게 자네에게 기대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자네가 보내준 편지를 읽으며, 나는 마음을 다잡는다네. 우리가 나눈 이야기, 함께한 순간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시간들을 생각하며.
자네의 편지를 읽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구먼. 우리는 어쩌면 같은 길을 다른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자네는 트럭의 핸들을 잡고 길 위에서 밤을 견디고, 나는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내지만, 결국 우리는 같은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말이네. 우리가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나는 다짐한다네. 앞으로도 자네가 길 위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어둠 속에서도 외롭지 않도록, 자네가 원할 때 언제든 내 목소리가 닿을 수 있도록 하겠네. 그게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자, 우리가 지켜온 우정이 아니겠는가.
최호,
자네의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할지라도, 자네가 어디에 있든, 나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걸세. 오늘도 자네의 편지 덕분에 나는 한층 더 따뜻한 밤을 보내는구먼. 자네가 트럭의 시동을 걸고 다시 길을 나설 때, 그 길이 밝고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편지를 보내네. 부디 건강하고, 언제나처럼 씩씩하게 자네의 길을 걸어가길 바라네.
친구 청람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