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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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 줍는 임자
시인 백영호
그 이는
새벽 휴지를 줍는다
새벽 호수를 줍는다.
새벽 세상을 줍는다
그가 지나간 자리
쓰레기는 사라지고
호수는 맑아지고
그 모습 보던 눈길
같은 마음
같은 손발길
합심 동행길 됐고
일산아
호수야
새벽 호수풍경아
길손의 헌신 덕분에
오늘도 네 마음
푸르름 靑靑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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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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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 시인의 '휴지 줍는 임자'는 한 사람의 보이지 않는 선행을 조명하며, 그 속에 담긴 가치철학과 미의식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는 한 인물이 매일 새벽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통해, 단순한 청소 행위가 아니라 세상을 맑게 하는 숭고한 실천임을 강조한다.
이 시의 주인공인 노영선 선생 퇴임 후 아무도 모르게 공원의 쓰레기를 줍는 삶을 실천한다. 이는 단순한 봉사나 개인적인 습관이 아니라, '새벽 휴지를 줍고, 호수를 줍고, 세상을 줍는다'는 구절에서 보이듯이, 자기 자신을 넘어 세상을 정화하는 행위로 확장된다. 개인의 작은 실천이 결국 사회 전체를 맑게 만드는 영향력을 지닌다는 점에서, 그의 행위는 공동체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 모습 보던 눈길 /
같은 마음 /
같은 손발길 /
합심 동행길 됐고'라는 구절은 선행이 개인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목격한 사람들에게까지 전파되어 더 큰 공감과 실천으로 이어짐을 보여준다. 이는 선행의 지속성과 확산 가능성을 시적으로 함축한 대목이다.
백영호 시인은 선행을 자연의 맑음과 연결시키는 미적 감각을 발휘한다. 쓰레기가 사라지면 호수가 맑아지고, 세상이 정화된다는 점은 단순한 환경미화가 아니라 도덕적 깨끗함과도 연결된다.
'푸르름 靑靑이렷다'라는 마지막 구절은 시각적 묘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푸르름은 자연이 본래 지닌 순수한 상태를 가리키며, 이는 시 속 인물의 행위를 통해 회복되는 것이다. 즉, 인간의 선한 행위가 자연의 본연한 아름다움을 되찾아주는 과정으로 읽힌다.
이와 더불어, '새벽 호수를 줍는다'는 표현은 마치 물리적 대상인 휴지뿐만 아니라, 이른 아침의 정적과 고요함 속에서 자연을 가꾸는 의식적 행위를 의미하는 듯하다. 여기에는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더불어, 이를 돌보는 행위를 아름다움으로 승화하는 미적 인식이 깃들어 있다.
이 시는 한 인물의 미담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백영호 시인은 이를 보편적 가치로 확장하며,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행동이 곧 인간의 정신과 자연을 맑게 하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노영선 선생의 행동은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실천이지만, 그것이 주는 감동과 파급력은 시를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 시인은 이 선행을 자연의 푸르름과 연결시키며, 세상을 조금 더 맑게 하는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한다.
결국, '휴지 줍는 임자'는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타인에게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선행이라는 점을 강조한 작품이다. 백영호 시인의 간결하면서도 울림이 깊은 표현이, 한 인물의 삶을 통해 보편적인 진리를 조명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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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노영선 선생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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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오랜만에 마음을 담아 편지를 씁니다. 선생님의 행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아 온 사람으로서, 오늘은 꼭 이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교육자로서 수많은 후학들에게 길을 밝혀주셨던 선생님이셨지만, 퇴임 후에도 여전히 세상을 맑게 하며 살아가시는 모습에 더 큰 감동을 느낍니다.
예전에도 선생님께서는 학교에서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학생들에게 삶의 태도를 가르치셨고, 배려와 나눔이 무엇인지 몸소 실천해 보이셨습니다. 학생 하나하나의 가능성을 믿으며, 그들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지요. 선생님의 수업을 듣던 아이들은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했습니다. 그 가르침은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선생님의 제자들 가슴속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진정한 위대함은, 퇴임 후의 삶을 통해 더욱 깊이 드러났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책을 내려놓으면 한발 물러서거나 조용한 노후를 계획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다시금 실천하는 삶을 택하셨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공원에 나가 쓰레기를 줍고, 새벽을 깨우며 세상을 조금 더 맑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을 시작하셨지요.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선생님의 성품이라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교육자로서도 모범이셨던 분이, 이제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타인을 위해 묵묵히 봉사하며 살아가고 계신다는 사실이 경이로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계십니다.
선생님의 손길이 닿은 공원은 단순히 깨끗해진 공간이 아닙니다. 그곳을 거니는 사람들이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작은 실천이 모여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드는지 깨닫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선생님의 묵묵한 행동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함께 길을 걷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가르침입니까? 선생님께서는 칠판 앞에서의 교편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통해 세상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선생님께서는 아마 자신이 하는 일이 대단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러나 저는 확신합니다. 선생님과 같은 분들이 있기에,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곳이 됩니다. 선생님의 손길이 닿은 곳마다 밝은 빛이 스며들고, 사람들의 마음에도 선한 울림이 퍼집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과거의 스승이자,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시는 인생의 스승으로서. 선생님께서 걸어오신 길은 단순한 개인의 여정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길입니다. 앞으로도 그 길 위에서 건강하시길, 그리고 언제나 평안하시길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생님을 마음 깊이 우러르는 지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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