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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 ㅡ 주광일 시인

김왕식








강가에서



시인 주광일




봄기운이 살금살금 스며드는 강가를 걸으며, 나는 강물을 바라보지 않았네. 내가 보지 않더라도 강물은 묵묵히 흐르고 있었네. 강가를 걸으며 나는 봄샘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았네. 그저, 맡은 바 소임을 수행하다가 엄청난 핍박을 당하고 있는 당신과 당신을 따르던 젊은이들을 위하여 기도 했을 뿐, 나는 내가 강가를 걷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주광일 시인의 '강가에서'는 자연 속에서 묵묵히 흐르는 강물을 배경으로, 시대의 불안과 개인의 신념이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법조인으로 살아온 시인의 삶과 애국적 정서가 녹아든 이 시는 단순한 자연 묘사를 넘어, 신념과 현실의 충돌 속에서 기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시의 초반부는 강가를 걷는 화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봄기운이 살금살금 스며드는 강가"라는 표현에서 계절의 변화가 조용히 스며드는 정서적 배경이 형성된다. 그러나 화자는 강물을 바라보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내면의 깊은 사유로 나아가는 태도를 반영한다. 강물은 "묵묵히 흐르고" 있으며, 이는 흔들리지 않는 자연의 이치와 대비되어 화자의 내면적 동요를 더욱 강조한다.

이어지는 구절에서는 "봄샘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았네"라고 말하며, 물리적 감각조차도 초월한 정신적 몰입을 보여준다. 여기서 시인은 자신의 관심이 자연경관이 아니라, 엄혹한 현실을 마주한 ‘당신과 당신을 따르던 젊은이들’에게 집중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특히 "맡은 바 소임을 수행하다가 엄청난 핍박을 당하고 있는 당신"이라는 표현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연민과 존경을 담고 있다.

이 시의 핵심은 기도하는 화자의 태도이다. 기도는 단순한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정의와 신념을 지키려는 마음의 표출이다. "나는 내가 강가를 걷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네"라는 마지막 구절은 현실과 자연을 초월한 몰입의 경지를 보여준다. 이는 시인이 삶에서 지켜온 법조인의 신념과 연결되며, 애국적 의식을 지닌 시인의 내면세계를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주광일 시인의 작품은 단순한 정치적 입장을 떠나, 신념과 현실의 충돌 속에서 인간이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묻고 있다. 그의 시적 미의식은 과장되지 않은 담담한 어조 속에서도 강한 정신성을 품고 있으며, 자연과 인간의 대비를 통해 더 깊은 사유를 이끌어낸다. 시인은 현실의 혼란 속에서도 묵묵히 흐르는 강물처럼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고 있으며, 이러한 태도는 독자로 흔들림 없는 가치관과 삶의 자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든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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