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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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의 세상에서 피어나는 장인의 손길
청람 김왕식
사람 사는 방식은 참으로 다양하다.
저마다의 삶의 방식이 있고, 그에 따라 걸어가는 길도 다르다. 직업도 수없이 많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이다. 맡은 바 직분을 대하는 태도, 그 속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가꾸어 가느냐가 삶의 가치를 결정짓는다. 오늘 아침, 나는 한 노인을 만났다.
그는 구두를 닦는 노인이었다. 허름한 의자에 앉아, 손때 묻은 헝겊과 솔을 사용해 신발을 정성스레 닦고 있었다. 그의 발밑에는 낡은 구두약과 몇 개의 작은 도구들이 놓여 있었고, 그의 눈앞에는 한 평도 채 되지 않는 좁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그 공간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었다. 오랜 세월 동안 그가 묵묵히 일해 온 땀과 혼이 깃든 곳이었다. 마치 한 장인의 작업실처럼,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나는 그의 손길을 지켜보았다. 차갑던 구두가 그의 손길을 거치면서 서서히 빛을 되찾았다. 그는 묵묵히, 그리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구두를 닦고 또 닦았다. 나는 적당한 순간이 되었다 싶어 "이제 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지만, 그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혹여나 청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알게 되었다. 그는 오직 구두 닦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태도는 마치 종교적 의식을 치르는 사람과 같았다. 구두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고, 자신만의 공정 과정에 따라 완성될 때까지 결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일을 신성한 사명처럼 수행하고 있었다. 그 순간, 윤오영 작가의 방망이 깎던 노인이 떠올랐다. 정성껏 방망이를 깎으며 "방망이는 이렇게 깎아야 한다"라고 말하던 그 노인의 모습과 지금 내 앞에서 구두를 닦는 이 노인의 모습이 겹쳐졌다.
구두를 닦는 그의 손길은 그야말로 숭고했다. 사람들은 대개 화려한 것에만 가치를 부여하고,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곤 한다.
진정한 가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손끝에서 피어난다.
이 노인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화려한 성공을 좇는 대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주어진 일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장인의 길이 아닐까. 나는 그가 구두를 닦는 모습을 지켜보며, 삶의 태도에 대해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구두는 점점 빛을 발했다. 마치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그의 장인 정신을 닮은 듯했다. 그는 단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 속에 삶의 진리가 담겨 있었다. 그의 손길이 다한 순간, 나는 그가 구두를 내게 건네줄 것을 기대했지만, 그는 다시 한 번 구두를 닦기 시작했다. 그의 기준에서 완성되지 않은 것이었다.
그 한 평의 공간에서 그는 자신의 길을 걷고 있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아도,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그의 손길을 지켜보았다. 그가 닦아낸 것은 단순한 구두가 아니라,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어떤 무딘 조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손길이 닿은 구두처럼, 내 마음도 다시 빛나고 있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