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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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의 심장을 싣고 달린다
최호 안길근
고속도로를 따라 길을 달린다. 한밤의 찬 공기가 유리창을 스치고, 헤드라이트가 앞을 밝힌다. 나의 트럭이 짐을 싣고 전국을 누비는 동안, 마음 한편에는 105년 전 그날의 함성이 함께 실려 있다. 삼월의 바람이 아직도 거리를 감도는 듯하다.
"대한독립 만세!"
내가 트럭의 핸들을 잡고 달릴 때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다. 기름 냄새가 배인 운전석에서, 거친 도로를 달리는 중에도, 나는 잊지 않는다. 한낮의 태양조차 숨죽이며 지켜보았을 그날, 민족의 가슴속에서 타올랐던 불꽃을.
그날, 1919년 3월 1일.
찬 겨울바람이 아직 머물던 그때, 거리에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가득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손에 태극기를 들고 나섰다. 억압받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오직 하나의 외침을 외쳤다. "대한독립 만세!" 일본군의 총칼이 그들을 향해 겨눠졌지만, 그들의 함성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오늘도 트럭을 몰고 전국을 달리지만, 내 가슴속에는 여전히 그날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조국을 위해 쓰러져간 이들의 숨결이 바람이 되어 내 곁을 맴돈다. 기름값이 올라 생활이 팍팍해도, 밤낮없이 운전해야 몸이 부서져라 힘들어도, 삼일절이 다가오면 나는 다시 그날의 정신을 떠올린다.
고속도로를 따라 깃발처럼 펄럭이는 가로수가 그날의 태극기처럼 보인다. 쉼 없이 달리는 이 길이 마치 독립운동가들이 걸었던 험난한 길 같기도 하다. 한 장의 독립선언서가 일본의 압제에 맞서 민족의 의지를 새겼듯이, 나는 묵묵히 핸들을 잡고 내 삶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
트럭운전사는 바람을 가장 가까이에서 맞이하는 사람이다. 전국을 떠도는 길 위에서, 나는 역사의 한 조각들을 마주한다. 광화문 앞을 지나칠 때는 유관순 열사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고, 서대문 형무소 앞을 달릴 때는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피맺힌 고통이 전해지는 듯하다.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이들의 정신을 생각하면, 내 운전석은 더 이상 좁고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를 넘어 조국의 역사와 함께하는 자리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이 땅에서, 나는 오늘도 묵묵히 바퀴를 굴린다. 그들에게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용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이 나라를 지켜야 할까? 독립운동을 하던 선조들처럼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설 수는 없지만, 내가 하는 일 속에서 그 정신을 지켜나갈 수 있다.
나는 운전석 앞 유리창 한편에 작은 태극기를 붙여 놓았다. 길을 달리다가 신호 대기 중에 문득 바라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태극기가 105년 전에는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며 뜨거운 피 위에서 나부꼈을 것이다. 그때의 청년들이 외쳤던 "대한독립 만세"가 없었다면, 내가 오늘 이 길을 달릴 수 있었을까?
한적한 국도를 달릴 때, 때로는 혼잣말처럼 외쳐본다.
"대한독립 만세!"
고요한 도로 위에 울려 퍼지는 나만의 만세 삼창. 밤을 새우며 운전할 때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 독립군가를 듣곤 한다. 가사를 되새기며 핸들을 잡으면, 힘든 하루도 견딜 수 있다.
삼월이 오면, 사람들은 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게 삼월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다. 그것은 민족의 심장이 뛰던 순간이다. 도로를 달리며 피어나는 첫 봄꽃을 보며 생각한다. 그날의 피와 눈물이 이 땅을 적시지 않았다면, 오늘 우리가 이렇게 자유로운 하늘 아래서 봄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트럭운전수의 길은 끝이 없다. 때로는 밤새도록 쉬지 못하고 달려야 한다. 도로 위에서 홀로 맞이하는 새벽은 고독하지만, 나는 그 시간에도 1919년의 새벽을 떠올린다. 총칼 아래에서도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트럭을 몰고 오늘도 길을 달린다. 세월이 흘러도, 시대가 변해도, 삼월의 심장은 멈추지 않는다. 내 가슴속에 그날의 정신을 싣고, 나는 오늘도 전국을 달린다. 그리고 다짐한다.
"나는 3ㆍ1 운동의 정신을 싣고 달리는 트럭운전수다. 이 나라가 존재하는 한, 이 길을 따라 계속 달릴 것이다. 그리고 잊지 않을 것이다."
그날의 불꽃을 이어받아, 삼월의 바람이 부는 한, 나는 계속해서 자유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대한독립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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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는 남자
장심리에서 최호 안길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