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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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
청강 허태기
산은 그림
강물은 시
바람은 음악이다
화가는
하늘에 그림을 그리고
시인은
바다에 시를 쓰며
작곡가는
허공에 노래를 쓴다
하늘은 캔버스
바다와 허공은 원고지
태양은 조명
달과 별은 시어
오늘도 시인은
빛을 등불 삼아
날마다 새로운 시를 쓴다.
人卽天 天卽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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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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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기 시인의 '시인의 詩'는 시를 짓는 일이 단순히 글을 쓰는 것을 넘어서, 우주의 리듬과 닮아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은 산, 강, 바람을 그림, 시, 음악에 비유하며, 자연 속 곳곳에 예술의 씨앗이 이미 자라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화가는 하늘에 그림을 그리고, 시인은 바다에 시를 쓰며, 작곡가는 허공에 노래를 담아낸다고 말하는데, 이는 예술이 정해진 틀을 벗어나 넓은 세상 속에서 자유롭게 펼쳐지는 것임을 의미한다.
이 시에서는 하늘이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가 되고, 바다와 허공은 시를 적는 원고지가 된다. 태양은 작품을 밝혀 주는 조명이 되며, 달과 별은 시의 단어처럼 반짝인다. 이런 자연과 예술의 조화 속에서 시인은 빛을 등불 삼아 매일 새로운 시를 쓴다. 마치 신이 세상을 창조하듯, 시인은 자신의 언어로 한 편의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허태기 시인은 시인이 단순한 글쓴이를 넘어 신과 닮은 존재임을 강조한다. 시를 쓰는 마음은 신의 마음과 닮아 있으며, 창작은 신의 뜻을 대신 전하는 신성한 행위다. 매일 시를 짓는 일은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신비로운 힘과 연결되는 순간이다.
이러한 허태기 시인의 예술관은 인간과 신, 그리고 자연이 서로 깊이 이어져 있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시란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신의 언어를 인간의 세계에 불어넣는 행위이며, 이를 통해 시인은 신과 하나됨을 꿈꾼다.
人卽天 天卽人!
요컨대, '시인의 詩'는 예술이 단순한 기술을 넘어, 신과 깊이 교감하는 경건한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허태기 시인은 시를 통해 우리에게 인간과 신이 서로 닮아 있음을, 그리고 그 속에서 창조의 기쁨을 찾을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