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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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 통합의 길을 비추다
청람 김왕식
윤동주는 조국의 해방을 보지 못한 채 1945년 2월 16일, 차디찬 감옥에서 스러졌다. 일제의 폭압 속에서도 그는 총칼이 아닌 시로 저항했고,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조국과 민족을 향한 사랑을 놓지 않았다. 비록 생전에 그가 외치던 만세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그가 남긴 시어(詩語)는 시대를 넘어 오늘도 우리의 가슴속에서 빛나고 있다.
그의 시가 지닌 빛은 단순한 언어의 조합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의 어둠을 뚫고 나온 별빛이며, 한 줄기 맑은 영혼의 외침이다. ‘별 헤는 밤’에서 그는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를 새겼다. 그에게 별은 단순한 자연의 조각이 아닌, 그의 고뇌와 염원이 담긴 상징이었다. 그리고 그 별은 후쿠오카 감옥의 작은 창을 넘어,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혼을 비추었을 것이다.
윤동주는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는 늘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자화상’과 ‘참회록’에서 깊은 자아성찰을 피력했다.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24년 일월을 /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그는 자신이 조국을 위해 충분히 헌신하지 못했다고 자책했지만,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우리 자신이 아닐까.
지금 광화문 광장에는 태극기와 촛불이 나뉘어 펄럭이고, 인터넷과 현실에서는 좌우의 대립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로를 향한 비난과 혐오가 가득한 이 시대에, 윤동주가 남긴 시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조국을 사랑했지만, 그 사랑이 배척과 증오가 아니라 성찰과 반성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며, 이념이 아닌 인간의 양심과 도리를 가장 소중히 여겼다.
윤동주가 바랐던 조국의 모습은 단순한 해방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 된 국민이 함께 걸어가는 나라였다. 좌와 우가 아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나아가는 길. 우리가 그의 정신을 올곧게 세운다면, 태극기와 촛불이 맞서는 광장도 분열의 공간이 아닌,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화합하는 장이 될 수 있다.
윤동주의 별빛은 아직도 우리를 비추고 있다. 이제 그 빛을 따라, 분열을 넘어 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다. 증오가 아닌 사랑, 적대가 아닌 성찰로 조국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윤동주의 정신을 계승하는 길이 아닐까.
윤동주의 정신을 기억하자. 그리고 그가 남긴 별빛을 따라, 더 나은 조국을 향해 나아가자.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