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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광일 시인의 '3 월의 바람'을 청람 김왕식 평하다

김왕식







3 월의 바람



시인 주광일




3 월의 들판을
들새처럼 날며
맘껏 휘젓고 있는
풀빛 바람

새살 돋듯 움트는
새싹의 소식을
살며시 전해주네

아직은 목도리와
장갑이 필요한
이른 봄날

나는 훈훈한 바람 되어
머나먼 그곳
내 님의 귓가를 감싸는
위로가 되고 싶네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주광일 시인의 삶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신념과 뜨거운 애국심으로 점철되어 있다. 노령임에도 광화문 거리에서 나라를 걱정하며 시대의 격랑 속에 몸을 던진 그의 모습은, 단순한 행동이 아닌 철학적 신념의 발현이라 할 만하다.
그의 시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현실을 넘어, 서정적인 감성과 생명의 기운이 깃든 따스한 시선이 드러난다. 이는 그가 지닌 정신세계의 균형감각이자, 인간과 자연, 시대와 개인을 조화롭게 바라보는 통찰력이라 할 수 있다.

'3 월의 바람'은 그의 이러한 시적 미의식이 집약된 작품이다. 초기 봄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새싹이 움트고, 들판을 휘젓는 바람이 희망의 소식을 전하는 장면은 자연의 섭리를 따스하게 응시하는 시인의 태도를 반영한다.
특히 “나는 훈훈한 바람 되어 / 머나먼 그곳 / 내 님의 귓가를 감싸는 / 위로가 되고 싶네”라는 구절에서는, 현실적 아픔 속에서도 타인을 향한 위로와 사랑을 보내고자 하는 시인의 인간적인 면모가 두드러진다.

주광일 시인의 시세계는 서정과 시대의식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지나치게 비탄에 빠지지 않으며, 서정을 통해 인간이 지닌 보편적 감성을 일깨운다. 그의 미의식은 단순한 아름다움의 추구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는 그가 신념과 감성, 현실과 이상을 조화롭게 엮어내는 시인이며, 동시에 불변의 가치를 믿는 철학적 존재임을 보여준다.

그의 삶과 작품은 시대의 혼돈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하나의 ‘바람’과도 같다. 때로는 거세게 불어 정의를 외치고, 때로는 훈훈하게 스며들어 위로가 된다.
그것이 주광일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며, 그의 시가 지닌 품격 있는 아름다움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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