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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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裸木
시인 만후 서재용
겨울산 양지바른 곳
찬바람 껴안고 서 있는
헐벗은 나목 한 그루
'나 안 죽었어? 아직..'
쌩쌩 칼바람 속
봄기운 저 멀리 달려와
파아란 싹을 틔운다
'나 아직 살아있어
괜찮아? '하며 웃는다
허 허참
긴 겨울잠을 잔 탓일까?
生死의 기로에서
처절히 분투하고
있었던 것일까?
매일 혼란한 우리 삶
불의 세상 보기 싫어
긴 동면(冬眠)에 빠진 걸까?
그대 삶 포기 하지 마
희망은 살아가는 이유다
봄은 기꺼이 오고야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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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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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용 시인의 '겨울 裸木'은 겨울의 헐벗은 나무를 통해 인간의 삶과 희망을 은유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시인은 자연을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을 바탕으로, 나목裸木이 혹독한 겨울을 견디면서도 생명을 품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자연의 한 장면을 넘어, 인간의 삶과 역경을 견디는 존재론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서재용 시인은 스스로를 ‘자연시인’이라 부를 만큼 자연 속에서 시적 영감을 얻는다. 그는 겨울산의 ‘양지바른 곳’에서 찬바람을 껴안고 서 있는 나목을 발견하며, 그것을 그저 식물이 아닌 살아 있는 존재로 묘사한다. 나무는 ‘나 안 죽었어? 아직..’이라며 마치 인간처럼 의문을 던진다. 이 부분에서 시인의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과 교감이 드러난다. 자연을 단순히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 호흡하며, 사유하는 태도가 시 전반에 깃들어 있다.
시의 두 번째 연에서는 나목이 칼바람 속에서도 봄을 맞이하고 푸른 싹을 틔우며 ‘나 아직 살아있어’라고 외친다. 이는 죽음과 삶이 대비되는 장면이다. 특히 ‘괜찮아? 하며 웃는다’라는 표현은 생존을 넘어, 겨울을 견딘 나목이 생명의 기쁨을 누리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나목은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고 다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 닮아 있다.
세 번째 연에서는 시인의 내면적 사유가 더욱 깊어진다. ‘긴 겨울잠을 잔 탓일까?’, ‘生死의 기로에서 처절히 분투하고 있었던 것일까?’라는 질문들은 나무를 바라보며 인간의 실존적 고민을 반영한 것이다.
시인은 이를 ‘혼란한 삶’, ‘불의 세상’이라는 구체적인 현실과 연결 짓는다. 이 부분에서 시의 화자는 자연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삶 속에서의 고민과 고뇌를 담아내고 있다.
특히 ‘긴 동면(冬眠)’이라는 표현은 현실에 지친 인간이 절망 속에서 빠져드는 모습을 은유한다.
마지막 연에서는 시의 궁극적인 메시지가 선명해진다. ‘그대 삶 포기하지 마’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통해 시인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붙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봄은 기꺼이 오고야 말리라’라는 마지막 구절은 모든 시련을 지나 결국 희망이 찾아올 것임을 선언하는 듯하다.
이는 자연의 순환을 넘어, 인간의 삶에서도 변화와 회복이 가능함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서재용 시인의 '겨울 裸木'은 자연과 인간의 삶을 밀접하게 연결하며, 깊이 있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낸 작품이다. 그는 나목이라는 대상을 통해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을 섬세하게 대비시키며, 자연이 주는 교훈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특히, 서재용 시인의 시는 불필요한 장식 없이도 강한 울림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담백한 표현 속에서도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이 묻어나며, ‘자연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성찰하는 시인’으로서의 면모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는 자연 시를 넘어, 실존적 사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문학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