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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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
시인 윤보영
경칩입니다
개구리가 잠을 깨고
와글와글 울어대는 연못처럼
골목마다
아이들 소리로 와글와글
울렸으면 좋겠습니다
내 안에도
아름다운 기억들이
와글와글 앞다투어
꽃을 피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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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ㅡ
윤보영 시인의 글은 맑다
경쾌하다
그리고
쉽다
그러나
깊다
시 '경칩'은 계절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포착하면서도, 그 안에서 삶의 활력을 찾아가는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개구리가 깨어나는 시기의 생동감을 ‘와글와글’이라는 음성상징어로 표현하며,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세계에도 그 활기가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 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윤보영 시인의 삶의 가치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는 늘 소소한 일상에서 따뜻함을 발견하고, 그 따뜻함이 사람들과 공유되기를 바라는 태도를 지닌다.
개구리울음소리에서 시작된 생명의 움직임이 골목마다 아이들의 소리로 이어지고, 나아가 시인의 내면으로 확장되며 아름다운 기억들이 ‘꽃을 피우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그의 시가 가진 따뜻한 감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윤보영 시인의 미의식은 단순하고 일상적인 풍경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복잡한 수사 없이도 계절의 변화와 정서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반복되는 ‘와글와글’이라는 표현을 통해 생동감을 강조하며, 독자로 시인의 바람을 함께 꿈꾸게 만든다. 이는 그의 시세계가 지닌 특유의 서정성과 따뜻한 희망의식을 반영하는 요소다.
'경칩'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통해 소박한 행복을 찾고, 그 온기가 일상 속에서도 퍼지기를 바라는 시인의 가치관을 담아낸다. 윤보영 시인의 작품들이 늘 그러하듯, 이 시 역시 어렵지 않지만 그 안에 깃든 따뜻한 울림이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