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봄이, 경칩인데

김왕식








봄이, 경칩인데





청람




개울은 눈을 비비며
해묵은 겨울을 밀어낸다.
젖은 바람 한 자락,
흙속에서 풀리는 낮은 숨결.
어디선가 들려올 듯한
봄의 첫울음, 그러나—

텅 빈 논둑 위로
침묵만 흩어진다.
풀잎은 몸을 낮추고
물길은 굳어버린 지 오래.
한때 들썩이던 합창은
메아리도 남기지 못했다.

돌을 들어 올리면
그 아래 눌린 자국뿐.
도랑은 길이 되었고
개울은 벽이 되었다.
울어야 할 것들이 사라진 봄,
그 자리엔 서늘한 바람만 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경칩 ㅡ 시인 윤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