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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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날의 아침
시인 청강 허태기
먼 산 아지랑이
봄기운 가득하고
햇살은 따뜻하게
대지를 감싼다
우듬지 흔드는
까치소리 경쾌하고
귓가에 맴도는
멧새 소리 간지럽다
산수유 가지마다
봄이 꿈틀거리고
노란 개나리
붉은 진달래
하얀 목련
화사한 벚꽃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과 들 수놓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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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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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기 시인의 '이른 봄날의 아침'은 봄날의 경이로운 순간을 포착한 시다. 시인은 자연의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생명의 힘과 따뜻한 정서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작품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 그리고 생명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그의 시적 태도를 잘 드러낸다.
시의 첫 연은 봄기운이 가득한 산의 정경을 그린다. “먼산 아지랑이 / 봄기운 가득하고 / 햇살은 따뜻하게 / 대지를 감싼다”라는 구절은 봄의 생동감을 시각적, 촉각적으로 전달하며, 자연이 품어주는 포근함과 따뜻함을 강조한다.
이는 시인이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적 터전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위로와 포용의 감각이 시 전체에 흐르고 있다.
두 번째 연에서 등장하는 “까치소리 경쾌하고 / 귓가에 맴도는 / 멧새 소리 간지럽다”는 감각적인 청각적 이미지로, 봄날의 활기를 생생하게 그린다. 까치와 멧새는 자연의 움직임과 조화를 이루는 존재들이며, 시인은 그 속에서 봄날의 리듬을 포착한다.
이는 시인의 세계관이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조화 속에서 완성됨을 의미한다. 자연을 단순한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하는 점에서, 그의 삶의 철학이 묻어난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등 다양한 봄꽃들의 색채를 나열하며, 봄이 차례로 산과 들을 수놓는 과정을 묘사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라는 표현은 생명이 하나의 흐름 속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각각의 꽃들이 순차적으로 피어나면서 봄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강조한다. 이 같은 표현은 자연 묘사를 넘어서 생명의 지속성과 순환이라는 시인의 철학을 담아낸다.
허태기 시인의 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명의 조화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그는 자연을 경외하고, 그 속에서 작은 생명의 울림을 소중히 여긴다. ‘이른 봄날의 아침’은 그저 봄날의 풍경만이 아니라, 생명의 힘이 꿈틀대는 순간을 온전히 담아낸 시다. 감각적인 표현과 조화로운 구성 속에서 시인의 미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나며,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순간의 숭고함을 제공한다.
요컨대, 청강 시인의 작품은 자연을 사랑하는 따뜻한 시선과 생명의 조화로운 흐름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비롯된다. 그의 시 세계는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고,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생명의 지속성을 긍정하는 태도를 기반으로 한다. '이른 봄날의 아침'은 그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미의식을 그대로 투영한 작품이며, 자연과 삶이 함께 어우러지는 순간을 경이롭게 조망하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