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새들의 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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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아래서
새봄이 찾아오고 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가 따스한 햇살을 머금고 서서히 녹아내린다. 아직은 찬 기운이 남아 있지만, 바람의 결이 다르다. 희미한 연둣빛이 대지 위로 스며들고, 가지마다 물기를 머금은 새순들이 움을 틔운다. 지나온 계절의 무게를 버리고 새롭게 돋아나는 봄날의 생명들. 사람의 마음도 그러하다. 한겨울 내내 응어리졌던 마음속에도 봄이 찾아오면 서서히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는다.
길을 걷다 벚나무 가지를 바라본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으나, 부풀어 오른 꽃눈들이 가지마다 자리하고 있다. 피어날 준비를 하는 작은 움들이 마치 소중한 마음 한 조각처럼 느껴진다. 저 가지 끝에서 피어날 꽃들이 머지않아 이 거리를 환하게 밝히겠지. 그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 옆에 작은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린아이가 콩과 잡곡을 가지런히 놓고 있다. 까치며 참새, 박새 같은 새들이 와서 배를 채울 수 있도록 조심스레 곡식을 올려놓는 모습이 정성스럽다. 그 손길 뒤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함께한다. “배고픈 새들이 먹을 수 있도록 놓아주는 거야.” 어머니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차가운 겨울을 지나온 작은 생명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아이, 그리고 그런 아이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 어머니. 사랑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런 마음씨를 가진 아이의 미래는 어떨까. 타인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알고, 작은 생명들에게도 온정을 베푸는 아이의 앞날은 반드시 환하고 푸를 것이다. 세상은 점점 각박해진다고들 하지만, 이런 사랑과 배려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 희망은 살아 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따라 하늘이 유난히 푸르다. 비 개인 후라서 그런지, 아니면 이 아름다운 장면 때문인지, 하늘은 맑고 깊다. 저 푸른 하늘 아래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진다.
봄은 그렇게 온다. 대지를 깨우고,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고, 잊고 지낸 온정을 되새기게 한다. 새순이 돋아나듯 우리의 마음도 새롭게 싹튼다. 저 하늘처럼 푸른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네 삶도 한층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ㅡ 청람
https://youtube.com/shorts/6xA0cz5QTAM?si=5FVDrn59eVovLrh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