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택시미터기의 짤칵 소리는 내 심장을 멎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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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찰칵, 심장 멎는 순간
청람 김왕식
도심을 가로지르는 택시 안. 창밖으로 스쳐 가는 불빛이 눈앞에서 흐려진다. 지금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창밖 풍경도 아니고, 택시 기사님의 넉넉한 미소도 아니다. 오직 한 가지.
찰칵.
운명의 숫자가 바뀌는 소리.
찰칵.
주머니 속에서 손이 바짝 마른다.
출발할 땐 분명 돈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대충 기본요금쯤 나오겠지!' 대략적인 감각이 내 지갑 사정을 보장해 주진 않는다는 걸 왜 그때 몰랐을까? 택시비가 오르는 속도가 내 심장 박동수와 비례하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는 중이다.
찰칵.
이제 슬슬 주판을 튕기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7,300원… 도착지까지 2km 남음… 어림잡아 1,500원 추가… 하지만 신호 걸리면 500원 더…!'
다리 사이에 조심스레 놓인 가방에서 슬쩍 지갑을 꺼낸다. 만 원짜리가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손끝에 닿는 건, 바스락거리는 오천 원짜리 한 장, 천 원 차리 두 장과 동전 몇 개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기사님, 저기 저 앞에서 내려도 될까요?"
사실 저 앞이 어딘지도 모른다. 무조건 '내릴 수 있는 곳'이면 된다.
기사님은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거기요? 거기 뭐 있나요?"
아뿔싸. 대답을 준비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온다.
"아… 저… 지인이 거기 살아요!"
거짓말. 낯선 도로 한복판에 지인이 살 리 없다. 기사님이 거울로 나를 슬쩍 쳐다본다. 속이 들킨 느낌이다.
찰칵.
"아, 저기서 세워주세요!"
급하게 문을 열고 뛰어나가듯 택시에서 내린다. 택시는 여유롭게 사라지고, 나는 텅 빈 길가에 덩그러니 서 있다.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켜본다. '지하철역까지 도보 15분.'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좀 더 걸을 걸.
찰칵.
택시 미터기가 올라갈 때보다 더 심장이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