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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의 아침예불 ㅡ 허태기 시인

김왕식











길상사의 아침예불




시인 청강 허태기





맑은 가람 길상사
청신사 청신녀
극락전에 모여 앉아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기도한다

지심귀명례 정례
시방삼세 제망찰해~~
구름도 멈추고
꽃과 나무 귀 기울인다

스스로를 맑히는
스님과 불자들의 잔잔한 합장염불
도량 감돌아 하늘로 오르니
청량한 풍경소리
처마 끝을 흔든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허태기 시인의 '길상사의 아침예불'은 맑은 정취 속에서 신앙적 경건함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인은 절제된 언어로 길상사의 풍경을 그리며, 이를 통해 자신의 가치철학과 미의식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허태기의 시 세계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깨달음을 탐구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그는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수양과 내면의 평온을 중시하는 삶의 태도를 견지하며, 이를 작품 속에서 한층 정제된 언어로 표현한다. 길상사의 아침예불 역시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에서, 신앙과 수행이 일상의 일부가 되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첫 연에서는 ‘맑은 가람 길상사’로 시작하여 공간의 청정함과 신앙의 경건함을 강조한다. ‘청신사 청신녀’가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기도하는 모습은 인간 내면의 순수성을 드러내며, 신앙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의 첫걸음을 상징한다.

둘째 연에서 불교의 예불문이 부분적으로 인용되며, 종교적 의식의 엄숙함이 강조된다. 특히 ‘구름도 멈추고 / 꽃과 나무 귀 기울인다’는 표현을 통해 자연마저도 예불의 순간에 동참하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장면을 그려낸다.

마지막 연에서는 스님과 불자들의 ‘잔잔한 합장염불’이 도량을 감돌아 하늘로 오르는 모습이 묘사된다. 여기서 염불은 종교적 의례를 넘어, 내면의 정화를 상징하는 행위로 나타난다. ‘청량한 풍경소리’가 ‘처마 끝을 흔든다’는 마지막 구절은 깨달음의 울림과 수행의 결실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허태기 시인의 작품은 대체로 명료한 언어 속에서 깊은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그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깨달음과 조화를 강조하며, 이를 자연과 종교적 공간을 통해 구체화한다. 길상사의 아침예불 또한 신앙의 정수를 단순하고도 울림 있는 언어로 표현하며, 이를 통해 시인은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이 시는 종교적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특정 교리를 강요하기보다는 수행과 신앙의 순수성을 조용히 조명하는 작품이다. 허태기의 미의식은 ‘맑음’과 ‘청량함’ 속에서 형성되며, 그의 시 세계는 독자에게 내면을 성찰하게 하는 힘을 지닌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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