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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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시인님과
시인 백영호
안길근 님과 보이스 톡
통활 마쳤다
남부지방에 화물을 싣고 와 운행 중
행님 생각이 나 전화 올렸다는...
청람 문학촌에 가족으로 살며
넉 달 여 만에 첫 통화
'행님 우째 그리 시를 잘 씀미껴'
첫마디부터 아부성 멘트
상대의 기분 살리는 재주꾼
꽤 길게 인생 신변잡기 논하며
시류에 설왕설래
오늘도 그 길 위의 시인
안전운행에 두 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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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시인, 백영호 행님을 그리며
시인 안최호
길 위에도 시가 흐른다.
달리는 바퀴 아래 쌓이는 거리처럼
멈출 수 없는 이야기들.
고된 하루 끝,
낯익은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전해온다.
남부의 하늘 아래 짐을 실은 트럭이
스쳐 가듯 세월도 그렇게 흘러간다.
속절없이 흐르는 길 위에서도
“안전운행 하이소”
행님의 한마디가 가슴을 덥힌다.
넉 달 만의 안부,
첫마디에 스며든 정.
"행님, 시를 어찌 그리 잘 씁미껴?"
농인지, 칭찬인지,
그 속엔 묵직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길 위의 바람은 차갑지만
행님의 말끝마다 묻어나는 온기,
시는 그렇게 사람을 닮아간다.
길 위에 새겨지는 삶처럼,
그 어떤 구절도 헛되지 않다.
시간 나면 짐 부리고 행님 보고잡다.
허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다요.
오늘도 바퀴는 돌고,
낯선 도시를 지나며,
천재 시인 백영호 행님을 떠올린다.
안전운행을 빌어주는 마음처럼,
행님의 시도 길 위에서
언제까지나 흐른다
ㅡ
고창, 순창에서 짐 내리고
순천 서면, 곡성, 남원 경유
봄철맞이 묘목 8000 주 상차하면서..,,
장심리 청람루에서
새벽을 깨우는 남자
最浩 안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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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흐르는 시, 두 시인의 우정
청람 김왕식
청람문학회의 백영호 시인과 안최호 작가의 주고받은 시는 단순한 시적 교류를 넘어, 길 위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정서와 삶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참신한 시도이다.
시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삶의 여정을 나누며, 길 위에서의 애환을 위로하는 이들의 글은 단순한 서정시를 넘어선 ‘삶의 시’라 할 수 있다.
백영호 시인의 시는 다정하면서도 담백하다. 트럭 운전 중 문득 떠오른 생각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면서도, 상대를 향한 애정과 존경을 감추지 않는다. 운전석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시로 기록하는 그의 글에는 노동의 흔적이 스며 있으며, 따뜻한 인간미가 깃들어 있다. 그는 시를 통해 ‘길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도 문학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에 응답하는 안최호 작가의 시 역시 인상적이다. 백영호 시인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받아, 그 속에서 시의 의미를 찾아내는 그의 시선은 날카로우면서도 정겹다. 그는 ‘길 위에서도 시는 흐른다’고 말하며, 삶 자체가 문학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짐을 내리고 묘목을 싣는 일상의 과정까지 시 속에 담아, 문학이 특정한 공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가운데서 피어날 수 있음을 드러낸다.
이 두 시인의 교류는 길 위에서 피어난 문학적 우정이자, 시가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멋진 사례이다. 백영호 시인은 시를 통해 삶을 노래하고, 안최호 작가는 그 노래를 다시 시로 응답한다. 이들의 시적 대화는 마치 길 위에서 교차하는 트럭처럼,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질 것만 같다.
문학이 특정한 형식이나 제도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더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 이들의 시는, 한국 문학계에서도 더욱 주목받아야 할 새로운 시도라 할 만하다. 이들의 우정과 교류가 앞으로도 ‘길 위의 시’로 계속 흐르길 기대해 본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