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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귀한 물, 우산국의 선물

김왕식




https://youtube.com/shorts/_hNVmc9C2k0?si=4PHVSpAjcL-9I1q3




산양 백영호 시인께서

우산국 고로쇠 맑은 물을

보내주셨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물, 우산국의 선물






이 세상에는 많은 물이 있다.

맑은 샘물, 깊은 산속 계곡물, 10년을 묵혀 만든 명품 정수까지.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물이 있다. 바로, 우산국에서 공수해 온 그 물이다. 우산국이라고 하면 어딘가 역사책에서 본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이 물은 역사 속에서 흘러온 것이 아니라, 나무속에서 뚝뚝 떨어진 신비한 고로쇠물이다.


그 물을 받은 순간, 마치 성배를 손에 쥔 성기사처럼 경건해졌다. 물 한 방울도 허투루 해서는 안 된다는 묘한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이 물을 함부로 마셨다가는 내 몸이 감당하지 못하고 어느 날 나무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상상까지 스쳐 갔다. 하지만 두려움보다는 경이로움이 컸다.


일반적인 정수기는 필터를 갈아줘야 한다. 활성탄이니 역삼투압이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깨끗한 물이 나온다.

이 물은 그런 것 따위 필요 없다. 나무 자체가 정수기요, 필터이자, 공학적인 최첨단 시스템이다. 과학자들이 분석해 보면 분명 분자 구조가 다를 것이다. 마치 신비한 고대 문자처럼 복잡한 배열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한 모금 마셔보니 입 안이 자연 그대로의 맛으로 가득 찼다. 달지도 쓰지도 않은, 그야말로 ‘그 자체’였다. 자연은 인공적인 단맛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깊은 산속에서 태어난 인삼 사포닌이 스며 있어, 목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온몸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이건 곧 산삼물이다!"라고 선언하고 싶었지만, 괜한 소문이라도 날까 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세상의 물은 모두 흐르면서 변질된다. 그러나 이 물은 다르다. 자연 진공 상태로 보존된 채 나무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울릉도의 바람과 시간 속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농축된 액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져와도 이런 물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는 없다.


손에 든 병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마치 신비로운 약수를 손에 쥔 도인처럼, 아니면 금단의 지식을 손에 넣은 학자처럼. 하지만 문제는, 이 귀한 물을 어떻게 마셔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컵에 따랐다. 그러나 이내 후회했다. 컵에 묻은 물이 너무 아까웠다. 급하게 수저로 떠먹기로 했다. 그래, 조금씩 음미하며 마시면 이 물이 더 값어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물이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결국, 젓가락을 꺼내 들었다. 젓가락 끝에 물을 묻혀 살짝 핥아먹기 시작했다. 혹시나 손에 묻을까 봐 신중하게 조심하면서. 손가락 한 마디에 묻은 물 한 방울도 낭비할 수 없었다. 어느새 나는 전혀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숭배하는 단계로.


보통은 좋은 것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이 물만큼은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될 물건이었다. 혹여나 소문이라도 나면, 다음에는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물이 귀한 줄 아십니까?"라고 묻는 대신,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내 표정을 보고 주변에서 물었다.


"왜 그렇게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어?"

"그냥...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어."


물론, 속으로는 '이 물이 귀해서 그렇다'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이를 드러낼 수 없었다. 이렇게 살아온 시간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젓가락으로 물을 핥아먹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 물 앞에서는 모든 상식이 무너졌다.


이제 병 속에는 단 한 방울이 남았다. 그 한 방울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마셔버리기엔 너무 가벼운 느낌이고, 남겨두기엔 미련이 남는다. 일단은 병을 거꾸로 들고 한참을 기다려 봤다. 그러나 물방울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마지막 선택을 했다. 병을 뒤집어 혀를 뻗었다. 물 한 방울이 혀 끝에 닿는 순간, 그 감동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이제야 완성된 의식이었다. 이 물을 온전히 마셨으니, 나는 이제 자연과 하나가 된 것인가.


다 마신 병을 손에 쥐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이제 빈 병이 되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무엇인가 담겨 있는 것만 같았다. 이 병을 버릴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수 없다.


나는 조용히 병을 선반 위에 올려두었다. 다음에도 혹시 이 물을 받을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어떻게 마실지 미리 고민해 둬야겠다. 그때까지 이 병은 나의 가장 소중한 보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산양 슨상님

물 떨어졌슈~


빈 병

여기 있심니더!!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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