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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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위 삶
ㅡ 무게를 싣고 달리는 인생
자연인 최호 안길근
밤새 눈비가 내린다.
도로 위로 내리는 눈발은 거친 바람과 함께 앞을 가린다. 시야가 흐려지고, 헤드라이트를 비춰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멈출 수 없다. 트럭은 목포를 향해, 영암을 향해 달린다. 짙은 어둠을 가르며 무거운 화물을 실은 채 달리는 이 길이 바로 삶의 현장이다.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은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다. 밤새도록 달리는 동안 몸은 천근만근으로 무거워진다. 방해 운전을 하다 보면 피로가 몰려오고, 어느새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무게를 실은 트럭처럼, 삶도 멈추지 않는다. 트럭 뒤에 실린 짐의 무게만큼이나, 이 길 위에서 감당해야 할 무게도 크다.
운전자는 문득 생각한다. 어쩌면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 앞이 보이지 않아도, 피곤이 몰려와도, 우리는 멈추지 않고 달려야 한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오더라도, 가야 할 길이 있고, 운반해야 할 짐이 있다. 그것이 트럭 운전사의 삶이고, 나아가 모든 노동자의 삶이다.
두 눈을 부릅뜨고 달려야 한다. 길 위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 달리는 동료들이 있고, 목적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내 짐이 단순한 화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생계이고, 생활이듯이, 나의 삶도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가로등 불빛이 간간이 시야를 비춰준다. 희미하게나마 길이 보인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도, 가야 할 방향을 알고 있다면, 우리는 결국 도착할 수 있다.
눈발이 점점 거세진다. 트럭은 멈추지 않는다. 이 길 위에서 달리는 한, 피곤이 몰려와도, 무게가 짓누른다 해도, 끝까지 버텨야 한다. 그것이 바로 트럭 위 삶이다. 이는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할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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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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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최호 작가는 인간 삶의 가치와 본질을 깊이 탐구하는 문학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의 작품은 삶의 투쟁과 고난 속에서도 인간이 감당해야 할 책임과 의지를 강조하며, 현실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트럭 위 삶' 또한 이러한 철학과 미의식이 응축된 작품이다.
이 시에서 그는 ‘트럭 위 삶’을 단순한 직업적 노동의 영역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그는 이를 인간 존재의 본질적 숙명으로 확장한다. 트럭 위에서 실린 짐을 책임지고 달려야 하는 운전자의 모습은 곧 삶을 짊어진 인간의 모습과 겹쳐진다. 안개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길, 점점 내려앉는 피로감,
멈추지 않고 달려야 하는 현실 속에서 그는 우리에게 묻는다. "이것이 삶의 현장이고, 이것이 삶이다."
안최호의 문학적 미의식은 담백하고 직설적인 언어 속에서도 강렬한 울림을 준다. 그는 화려한 미사여구를 배제하고, 절제된 언어로 삶의 무게를 묘사한다. "눈비가 온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같은 표현들은 물리적 현실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그것은 삶이 주는 무게와 고난을 상징하는 상징적 이미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시는 직설적인 묘사를 통해 깊은 철학적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마지막 구절 "두 눈을 부릅뜨고 달려야 한다"는 강한 의지와 결연한 태도를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현실의 묘사를 넘어, 인간이 맞닥뜨리는 삶의 시련 앞에서 가져야 할 태도를 강조하는 철학적 선언에 가깝다. 안최호는 그의 작품을 통해, 인간이 삶의 무게를 견뎌야만 하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그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노래한다.
요컨대, '트럭 위 삶'은 안최호 문학의 핵심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그는 삶의 본질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서 버텨야 할 이유를 제시하는 작가다. 그의 문학은 삶의 투쟁 속에서도 인간의 가치를 찾고, 고통 속에서도 존엄을 지켜야 함을 일깨운다. 담담하지만 묵직한 언어로 그려낸 이 시에서 우리는 그가 가진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