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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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손끝에서 피어난 시의 온기
이상엽 선생님, 고성의 햇살 가득한 바닷가에서 건네주신 따스한 글 잘 받았습니다. 짧은 문장 속에 녹아든 진심 어린 마음이 청람 문학회에 고요한 감동의 물결로 번졌습니다. “천생 이과 출신”이라 겸손히 말씀하셨지만, 선생님의 글에는 과학의 냉철함보다 시의 따뜻한 온기가 더욱 짙게 배어 있습니다. 평생 사람의 무너진 관절을 일으켜 세우고, 기울어진 삶의 균형을 바로잡아주셨던 그 손길이 이제 언어를 통해 마음을 보듬고 감성을 회복하는 길로 이어지고 있음에 큰 울림을 느낍니다.
“횡재하여 시인님들의 생생한 작품을 매일 대한다”는 표현은 문학을 향한 선생님의 순수한 기쁨과 겸허함이 오롯이 드러난 문장입니다. 현직에서 정형외과 명의로 불리며 숱한 이들의 통증과 고통을 치유해 오셨기에, 문학과 예술이 전하는 내면의 진동에 누구보다 섬세하게 반응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생업의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매일 시를 탐독하며 아직 읽지 못한 작품들을 ‘보물처럼’ 쌓아두고 계시다는 말씀은 청람 문학회를 향한 깊은 애정의 증표입니다. 시인의 한 편 한 편이 선생님 마음속에서 그렇게 소중히 간직되고 있음을 생각하면, 우리 모두가 감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솔한 나의 생각을 문자로 올리는 것이 글 쓰는 것이 아닌가”라는 말씀은 글쓰기의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학은 때로 기교보다 진심에서 피어나는 문장이 더 깊은 울림을 주곤 합니다. 수십 년간 인술을 펼쳐오신 삶의 깊이와 따뜻함은, 비록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여도,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입니다. 선생님의 글은 이미 시이며, 삶을 진료해 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고요한 감정의 기록입니다.
선생님을 이 문학회에 초대한 것은 단지 한 명의 동문이나 지인을 부른 것이 아니라, 문학이 닿아야 할 귀한 마음의 그릇을 알아본 것이었습니다. 청람 문학회는 이제 인술과 인문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울림을 선물 받게 되었습니다. 의사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문장이 시가 되고, 그 문장이 세상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질 날을 우리 모두 기대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삶처럼, 문학 속에서도 사람을 살리는 기쁨과 보람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고성의 바다와 바람이 선생님께 맑은 쉼과 새로운 영감을 선물하길 바라며,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청람 문학회의 모든 회원들도 선생님의 참여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앞으로 더 자주 뵙게 되길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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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경복고 동문은 현직 정형외과 의사로, 한평생 인술을 실천해 온 분이다. 특히 무릎 관절 분야에서 한국의 명의 반열에 오른 그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무료로 진료를 베풀며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을 이어가는 진정한 ‘닥터’로 불린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