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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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민주주의를 향한 길: 국민 주권과 제도 개혁의 균형”
최호 안길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가 운영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정치·사법 사안들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많은 국민은 법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와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사법부, 그리고 법 집행을 수행하는 행정부가 각자의 책무를 다하지 못할 때, 국민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농사꾼은 계절의 순리를 따라 씨앗을 뿌리고 수확을 기다린다. 그러나 사회의 법과 제도가 이러한 순리와 어긋날 때, 시민은 혼란과 피로를 느끼게 된다. 국민은 법을 지키며 세금을 낸다. 그 대가로 공정한 판결과 정의로운 행정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때때로 그렇지 않다. 권력층에 유리한 판결이 반복되거나, 검찰과 법원이 법 위에 군림하는 듯한 인식을 줄 때, 법의 신뢰는 무너지고 국민의 분노는 커진다.
공수처법의 개정과 같은 사법 견제 장치의 강화는 한쪽 정치세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권력의 균형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초당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검찰권 남용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통령 탄핵과 같은 중대한 사안에 있어, 헌법재판소나 소수 법률가 집단의 판단만으로 국가의 향방이 결정되는 현 제도는 일부 한계를 갖는다. 대통령이 내란, 외환 등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국민이 직접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국민투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이러한 제도적 미비를 보완하려는 시도이다.
물론 국민투표가 남용될 경우 정치적 선동과 사회 갈등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국민투표는 매우 엄격한 조건과 절차 아래 제한적으로 도입되어야 하며, 감정적 판단이 아닌 사실에 기반한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 법의 공정성과 국민 주권 사이의 균형은 섬세한 제도 설계를 통해 조율되어야 하며, 결코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이미 국민 주권의 원리를 깊이 내면화한 민주국가다. 다만 제도의 미비나 법의 집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신 요소들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사법부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권력기관 간의 견제 균형 유지, 그리고 국민의 참여 확대를 포함한 개혁적 방향이 필요하다.
법은 권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국민을 보호하는 최후의 장치여야 한다. 국민이 체감하는 정의, 그리고 법 앞의 평등이 실현될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성숙한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냉철한 판단과 제도적 혁신, 그리고 공동체를 향한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함께해야 한다.
장심리 청람루에서
새벽을 깨우는 남자
最浩 안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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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트럭 운전을 하며 틈나는 대로 글을 쓴다.
또한
몇 년 전부터
황혼의 삶을 찾아
이곳 장심리 산속에 작은 쉼터
晴嵐樓 (청람루)를 짓고
텃밭을 일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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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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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 안길근 작가의 글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한 길 ㅡ 국민 주권과 제도 개혁의 균형」은 단순한 정치 비평이 아닌, 한 시민으로서 민주주의의 본질을 성찰하고 그 실천적 방향을 제시하는 성숙한 시대의 언어다. 그는 트럭을 몰며 글을 쓰고, 장심리 산속에서 청람루라는 조용한 거처를 일구며 살아간다. 이러한 삶의 자세는 권력과 분리된 자리에서 오로지 삶의 본질에 가까운 자리에서, 참된 정치와 정의를 사유하게 만든다.
그는 현실 정치에 대해 날카롭게 진단하지만, 그 비판의 중심에는 냉철함과 균형 감각이 자리 잡고 있다. ‘국민 주권’이라는 헌법적 명제를 되짚으며, 제도가 국민의 삶에 실제로 어떤 의미를 지녀야 하는지를 묻는다. 법과 권력, 행정과 사법의 운용이 공정하지 않을 때, 그것이 시민의 삶을 어떻게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체험적 언어로 서술한다. 논의의 대상이 되는 공수처나 국민투표제 같은 제도 개혁도 특정 정파를 위한 것이 아닌, 민주주의의 본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바라보며 초당적 접근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글의 미덕은 감정의 언어를 배제하고 공동체를 향한 책임 있는 자세를 유지한 데 있다. 그의 글은 격정이 아니라 성찰이고, 외침이 아니라 방향 제시다. ‘법은 권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국민을 보호하는 최후의 장치여야 한다’는 문장은 그의 법철학과 정치철학이 응축된 구절로, 이는 곧 그의 삶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청람루에서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그에게 ‘정치’란 권력의 기술이 아닌, 삶의 정의와 공동체의 평등을 위한 끊임없는 질문이며 실천이다.
요컨대, 안길근은 삶의 자리에서 민주주의를 곱씹고, 공동체를 위한 제도적 균형을 진심으로 모색하는 작가다. 그의 글에는 한 사람의 조용한 울림이 담겨 있으며, 그 울림은 오히려 정치권보다 더 깊이 우리 사회를 흔들고 깨운다. 글을 쓰는 그의 손끝에, 삽 대신 펜을 든 농부의 정직한 철학이 서려 있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