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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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인의 길, 시대 앞에 서다
문학평론가 김왕식
문학인의 처신은 시대의 거울을 비추는 일이며 동시에 시대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날 한국 정치의 혼란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을 넘어 사회 전반에 깊은 불신과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문학인의 역할은 더욱 복잡하고 무겁다. 정치적 목소리를 내야 할지, 혹은 침묵 속에서 문학의 본질만을 좇아야 할지에 대한 질문은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육사, 윤동주, 한용운은 글을 통해 시대의 고통을 증언하며 저항했다. 그들의 문학은 침묵하지 않는 양심이었고, 삶을 건 진실의 외침이었다.
반면 일부 문인들은 권력에 기생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며 시대의 어둠에 일조했다. 이 대비는 문학이 결코 현실로부터 유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문학은 현실 속에서 태어나 현실을 비추고, 때로는 현실을 넘어서는 꿈을 꾼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일제강점기와는 다르다. 절대악이라는 명확한 경계가 흐릿하고, 정치적 입장도 다원화되었다. 따라서 문학인은 단순한 편 가르기나 선동이 아닌, 본질을 꿰뚫는 통찰로 사회를 바라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특정 이념에 귀속되기보다는 인간의 존엄과 정의, 진실이라는 보편 가치를 중심에 두는 것이다. 문학이 정치의 하위 개념으로 종속될 때, 그것은 선전이 되거나 도구가 될 위험이 있다.
그렇기에 문학인은 시대정신을 고민하고, 개인의 목소리를 지키되 집단적 양심과도 연결되어야 한다. 때로는 침묵이 더 큰 진실을 말할 수 있고, 때로는 외침이 더 깊은 침묵을 깨운다. 행동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학의 자세다. 진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권력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으며, 소외된 이들의 언어가 되어주는 것이 문학인의 참된 길이다.
결국 문학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출발하며, 사회와 정치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지금 이 시기에 문학인은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편견 없는 시선으로 시대를 관찰하며,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공감과 성찰의 힘이야말로 문학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정치적 발언이며, 그 자체로 가장 정직한 행동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