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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ㅡ시대 앞에 서는 믿음의 자세

김왕식












한국교회
ㅡ시대 앞에 서는 믿음의 자세





현대 한국 사회는 정치적 혼란과 이념적 분열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격랑 속에서 문학인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면, 종교인과 한국교회는 영혼을 맑히는 등불이어야 한다. 그러나 종교 역시 정치와 이념의 소용돌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부 종교인은 신앙의 이름으로 특정 정치 성향을 선전하거나, 반대로 현실을 외면한 채 침묵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국교회와 종교인은 과연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과거 일제강점기, 한용운은 불교의 언어로 저항의 메시지를 전했고, 손양원 목사는 사랑으로 비극의 역사를 껴안았다. 반면 일부 종교인은 식민 권력과 타협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며 양심을 저버렸다. 이 역사는 종교가 사회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도덕적 위치에 있는지를 말해준다. 시대의 진실 앞에 종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단지 교회 안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영혼과 직결된 문제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성장의 시대를 지나 이제 성숙의 길목에 서 있다. 더 이상 수적 팽창이나 외형적 성공이 교회의 본질을 말해주지 않는다. 지금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정치적 편향이나 세속적 영향력을 넘어서, 복음의 본질과 사랑의 정신에 입각한 균형 있는 시각이다. 특정 정당이나 이념에 교회가 편승할 때, 신앙은 도구로 전락하며 그 고유한 권위를 잃는다. 반대로 현실을 무시한 채 "세상은 악하다"며 고립되면, 교회는 사람들의 삶과 단절된 신화 속의 구조물이 된다.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부름 받았다. 빛은 어둠을 밝히되 그 속을 찢지 않으며, 소금은 부패를 막되 지나치면 쓰게 된다. 지금의 교회는 그 소명을 되새겨야 할 때다. 무엇이 진리이며 무엇이 사랑인가를 묻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며, 정의롭고 겸손하게 행하는 신앙의 본을 보여야 한다. 정치에 휘둘리지 않되, 정의에 침묵하지 않고, 이념에 갇히지 않되, 진리를 외면하지 않는 길. 이것이 오늘의 한국교회가 걸어야 할 길이다.

종교는 결국 인간을 향한 것이며, 그 중심엔 이웃에 대한 사랑과 공감이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비판보다 회복의 언어를, 분열보다 연대의 태도를 지녀야 한다. 이 시대에 교회는 ‘옳다’는 외침보다 ‘함께하자’는 손길이 되어야 하며, 권력을 향한 외침보다 낮은 자를 향한 기도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시대 앞에 선 종교인의 가장 진실하고 균형 잡힌 자세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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