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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ㅡ 시인 변희자

김왕식








봄비



시인 변희자





내 볼에 살짝

엄마가 데워 준
포근한 세숫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변희자 시인의 시는 간결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지나친 묘사도 없다.
'봄비' 역시 변희자 시인 닮았다.
이 시는 단 세 줄의 짧은 구성 안에 시인의 삶의 철학과 미의식을 응축해 담아낸 작품이다.
“내 볼에 살짝”이라는 구절은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접촉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로 환유하는 따뜻한 상상력을 드러낸다.
시인은 단순한 봄비의 감촉을 ‘엄마가 데워 준 포근한 세숫물’로 비유함으로써, 자연현상에 모성의 온기와 사랑의 감정을 입힌다.
이는 사물과 현상 너머에 인간적 정서를 발견하고 그것을 언어로 포근하게 감싸 안으려는 시인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변희자 시인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소소한 경험을 통해 존재의 의미와 삶의 따뜻함을 탐색해 왔다.
그에게 삶이란 거창한 이념이 아닌, 피부에 닿는 촉감처럼 부드럽고 실감 나는 체험으로 구성된다.
특히 이 시에서는 자연과 인간, 감각과 감정, 경험과 기억을 아우르는 유기적 세계관이 짧지만 밀도 높게 드러난다. 이처럼 그는 시를 통해 삶의 순간들을 감각적으로 환기시키면서도, 그 안에 고요하고 진한 인간애를 스며들게 한다.

요컨대, '봄비'는 삶을 따스한 감촉으로 기억하고자 하는 시인의 미의식이 잘 드러난 작품이며,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고향을 '엄마'의 이미지로 환기시키며, 모성과 자연을 삶의 본질적 위안으로 삼는 시인의 가치철학이 담겨 있다. 간결함 속에 다정한 깊이가 느껴지는 이 시는, 말보다 감각이 앞서는 시적 언어의 진수를 보여준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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